그동안 진보세력은 ‘북한을 그들의 처지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내재적(內在的) 논리에 함몰돼 북한 인권문제를 외면해 온 게 사실이다. 북한 인권은 고작 보수진영의 단골 메뉴처럼 인식돼 왔다. 인류 보편의 가치로서 다뤄져야 할 북한 인권문제가 국내에서는 이념 갈등의 재료 역할을 해온 것이다.
백 씨는 “북한 인권은 과거 독재정권이 압제와 반공 이데올로기를 정당화하는 구실로 이용했기 때문에 민주화 세력이 문제 제기를 하기가 꺼림칙한 측면이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민주화가 성숙된 지금까지도 과거 잣대를 고집하는 것은 오히려 진보세력의 퇴영적(退영的) 면모를 부각시킬 뿐이다. 그런 점에서 “민주화 경험을 살려 진보적 의제와 북한 인권문제를 어떻게 결합시킬지 고민해야 한다”고 한 백 씨의 말은 진보세력에 대한 각성을 촉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진보세력은 이제라도 북한 인권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바란다. 이것이 ‘남쪽 인권에는 목청을 높이면서 북쪽 인권은 애써 외면하는’ 모순을 극복하는 길이며, 시대 변화에 부응하는 진보세력의 ‘발전적 진화(進化)’를 모색하는 길이다. 크게는 우리 사회의 소모적인 이념 갈등을 치유하는 길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세계 최악의 북한 인권은 우리가 논쟁을 벌이고 있을 만큼 한가한 소재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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