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 장미회 봉사단, 탈북가정 찾아가 情 나누기

  • 입력 2005년 2월 6일 17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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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이충군 회장(오른쪽) 등 ‘장미회 봉사단’ 회원들이 서울 양천구 신정동 양천아파트에 사는 한 탈북동포를 방문해 선물꾸러미를 전달하고 있다. 동정민 기자
4일 오후 이충군 회장(오른쪽) 등 ‘장미회 봉사단’ 회원들이 서울 양천구 신정동 양천아파트에 사는 한 탈북동포를 방문해 선물꾸러미를 전달하고 있다. 동정민 기자
“누구십네까?”

“구청 자원봉사자입니다. 설 선물 드리려고 왔어요.”

설을 며칠 앞둔 4일 저녁 서울 양천구 자원봉사센터 ‘장미회 봉사단’ 소속 4명은 탈북동포들에게 떡을 배달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지난해부터 ‘탈북자와 명절보내기’ 사업을 벌이고 있는 자원봉사센터는 이번 설에도 양천구에 살고 있는 탈북동포 115가구를 방문해 가래떡 3kg과 치약 4개가 들어있는 선물세트를 전달했다.

이날 이충군 봉사단 회장(57), 오명환(59·여), 홍순이(55·여), 이월연 씨(40·여)는 서울 양천구 신정동 양천아파트에 살고 있는 탈북동포 28가구를 맡았다. 처음 찾아간 곳은 50대 탈북동포가 살고 있는 12층. 초인종 소리에 맨발로 나와 반갑게 봉사단을 맞이한 김정수 씨(59·가명)는 “추운데 몸이나 녹이고 가라”며 봉사자들을 방으로 안내했다.

11평의 자그마한 방에 다같이 모여 앉자 김 씨는 “내 고향이 함경북도인데 이북에 큰아들, 큰손자를 두고 와서 명절 때만 되면 그 녀석들 생각이 더 난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옆에 앉아있던 홍 씨는 “통일 후에 아드님, 손자랑 다시 만나기 위해서라도 항상 건강하셔야 한다”며 김 씨의 손을 꼭 잡았다.

“탈북 당시 다른 가족들이 한국 말고 미국 등 더 잘사는 나라로 망명하자고 했지만 내가 한국 가자고 했어요. 우리는 ‘정이 통하는’ 한민족이지 않습니까. 명절 때마다 이렇게 오셔서 정을 나눠주니 ‘내가 선택을 잘했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들이 두 번째로 찾아간 곳은 10일 전 아이를 출산한 이아연 씨(29·여·가명)의 집. 처음에는 낯선 사람들의 방문에 경계의 눈빛이 역력했지만 ‘양천구 자원봉사센터’라는 글자가 쓰여 있는 연두색 조끼를 보자 씩 웃었다.

이 씨는 “한국에 와서 예쁜 아이도 낳고, 이렇게 명절 때마다 신경도 써 주시니 행복하다”고 말했다.

선물 배달을 다 끝낸 시간이 오후 8시. 영하 5도의 추운 날씨에 양손에 선물을 들고 아파트를 오르내리느라 지쳤을 법하지만 모두의 얼굴은 환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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