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인사수석 경질]李총리-金실장 ‘國政 양 축’ 유지

  • 입력 2005년 1월 10일 18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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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준(李基俊)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인사 파문이 시작된 지 6일째인 10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결국 문책범위를 최소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노 대통령은 이날 김우식(金雨植) 대통령비서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인사추천회의 위원 6명이 일괄 제출한 사표를 박정규(朴正圭) 민정, 정찬용(鄭燦龍) 인사수석비서관 2명에 대해서만 선별 수리하는 것으로 정리했다.

청와대를 덮친 이번 인사 파문의 후폭풍이 만만치 않았다는 점에서 이들 인사라인 핵심 수석들에 대한 문책은 어느 정도 예상된 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수습책의 핵심은 오히려 김 비서실장을 면책해준 대목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김병준(金秉準) 대통령정책실장이나 문재인(文在寅) 시민사회, 이병완(李炳浣) 홍보수석비서관은 직접적인 책임에서는 한 발 비켜나 있었기 때문에 유임이 확실시돼왔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 김 비서실장의 유임 여부를 주목해 온 데는 이유가 있다. 김 실장이 노 대통령의 바로 옆에서 온건보수 목소리를 대변해왔기 때문이다. 그런 탓에 이번 인사파문 때도 이 전 부총리와 40년 지기라는 점이 연결고리가 돼 진보성향의 시민단체들의 집중적인 퇴진 공세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결국 노 대통령의 김 비서실장 유임 결정은 ‘관용과 타협’으로 요약되는 집권 중반기의 국정운영 기조에 큰 변화를 주지 않겠다는 뜻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전 부총리를 강하게 추천했던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 역시 일찌감치 문책 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분권형 국정운영’ 구상에 차질을 빚지 않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노 대통령이 청와대 핵심 보좌진의 사의 표명 하루 만에 신속하게 수석비서관 2명을 사퇴시키기로 한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사태 수습의 ‘속도’가 과거와 판이해졌기 때문이다. 종전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를 성적으로 비하한 패러디 사건 등 청와대인사 연루 파문이 터졌을 때 비서관급 참모에 대한 문책에도 청와대가 매우 인색한 태도를 보였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또 임기 첫 해인 2003년 9월 김두관(金斗官) 전 행정자치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됐을 때는 10여 일을 버텨 ‘오기인사’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이번의 신속한 사표수리 조치에는 “이제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할 수 없다”는 노 대통령의 상황인식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후임 민정, 인사수석비서관은 박, 정 수석비서관처럼 영남-호남 대칭구도가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될 것이라는 게 청와대 참모들의 귀띔이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박정규 정찬용수석 경질…김우식 비서실장등 유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10일 이기준(李基俊) 전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인사파문의 책임을 물어 검증과 추천업무를 각각 맡았던 박정규(朴正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정찬용(鄭燦龍) 대통령인사수석비서관의 사표를 수리하기로 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김우식(金雨植) 대통령비서실장, 김병준(金秉準) 대통령정책실장, 문재인(文在寅) 시민사회수석비서관, 이병완(李炳浣) 홍보수석비서관 등 나머지 인사추천회의 위원 4명의 사표는 반려했다.

노 대통령이 청와대 인사추천회의 의장인 김 실장을 비롯해 인사추천회의 위원 6명이 일괄 제출한 사표를 선별 처리하기로 결정한 것은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와 김 실장을 축으로 한 국정 운영의 틀을 유지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보인다. 또 올해의 국정 운영 방향으로 제시한 ‘경제 올인, 뉴 데탕트’의 실용주의 노선에도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 및 보좌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중요한 결정은 내가 다했기 때문에 참모들의 책임을 묻기가 참 난감하다”면서 “그러나 정무직은 정무적 책임이라는 것이 있는 만큼 해당 부서의 책임자인 민정수석과 인사수석의 사표 수리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연초에 할 일이 많고 후임자 인선도 준비가 안 된 상태인 만큼 사표 처리는 시간을 두고 하겠다”며 후임자 인선이 이뤄지는 대로 박, 정 두 수석비서관의 사표를 정식으로 수리할 방침임을 밝혔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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