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김 의장은 “너무 욕심을 내지 말고 합의 도출을 위해 최선을 다해달라”며 여야 합의를 당부했다.
이에 앞서 이날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국가보안법 폐지안 상정 문제를 둘러싸고 여야 의원들이 몸싸움을 벌이며 충돌했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은 이날 오후 1시 45분경 법사위에서 열린우리당 간사인 최재천(崔載千) 의원의 사회로 국보법 폐지안 상정을 다시 시도했다. 당시 회의장엔 최연희(崔鉛熙·한나라당) 법사위원장과 한나라당 의원들은 없었다.
최 의원이 6일 최 위원장 대신 사회를 보고 국보법 폐지안을 변칙 상정했던 것과 똑같은 사태가 재연된 것.
최 의원이 상정을 선언한 사실을 알고 뒤늦게 회의에 참석한 한나라당 의원들은 “국회법을 어긴 상정 시도로 원천 무효”라고 주장했으나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최 위원장이 회의 진행을 거부했기 때문에 여당 간사의 상정 선언은 적법하다”고 맞섰다.
최 위원장은 “곧 국회 본회의가 열려야 하기 때문에 상임위를 개최하려면 국회의장의 허가가 있어야 한다”며 상정의 법적 효력이 없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본회의 개최가 예정됐던 오후 2시 이전에 회의 개최 및 법안 상정을 했다”고 반박했다.
양 측의 설전이 1시간 반가량 이어지는 동안 여야 의원들 간에는 고성이 오갔고, 몸싸움도 벌어졌다. 민노당 노회찬(魯會燦) 의원이 단상으로 나가 제안 설명을 강행하자, 한나라당 주성영(朱盛英) 의원이 이를 제지하면서 단상이 넘어졌다. 열린우리당 정성호(鄭成湖) 의원은 주 의원을 가로막으며 가슴을 밀쳤다.
또 열린우리당 선병렬(宣炳烈) 의원은 한나라당 김정훈(金正薰) 의원이 “최 의원은 국회법을 어기고 법안을 상정했다. 국회법을 확인해 보라”며 건넨 헌법 및 국회법 책자를 회의장 바닥에 내팽개쳤다.
또 여야 의원들은 “시끄러워” “나가” “야, 야” “(키가) 작아서 보이지도 않네” 등 인격 모독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이날 소동은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을 떠나며 일단락됐다. 열린우리당은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한나라당의 협조를 받아 내년 예산안과 이라크 파병 연장 동의안을 처리하기 위해 국보법 폐지안 상정을 무리하게 밀어붙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최호원 기자 bestiger@donga.com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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