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 목사 生死 확인 요청도 못하나

  • 입력 2004년 12월 21일 17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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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납치된 김동식 목사가 사망한 것 같다는 주장이 나왔다. 야당 국회의원이 ‘정부 당국자’의 말을 근거로 국회에서 한 발언이니 터무니없는 추정은 아닌 것 같다. 그렇지 않아도 김 목사 가족은 그가 납북되기 몇 달 전 대장암 수술을 받아 건강이 좋지 않았다며 마음을 졸여 왔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김 목사가 북한에서 사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쯤 되면 정부가 기민하게 움직여야 정상이다. 북한에 끌려간 뒤 4년 동안 소식이 없는 김 목사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게 정상적인 정부의 모습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비공식적으로 “사망설은 확인된 사실이 아니다”고 할 뿐 한 발짝도 앞으로 움직이지 않고 있다.

김 목사의 생사를 파악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북한에 확인을 요청하는 것이다. 그런 쉬운 방법조차 외면하는 정부가 김 목사의 생사 확인과 송환을 위해 애쓰고 있다고 여길 국민은 없을 것이다.

정부는 김 목사 납치공작에 가담했던 조선족이 국내에서 검거돼 사건의 전모가 드러났을 때도 북한에 아무런 항의를 하지 않았다. 무관심과 무반응으로 대처하기로 결정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다. 정부가 이제라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정부 눈에는 북한만 보이고 비열한 납치사건의 희생자인 김 목사는 보이지 않는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일본은 북한을 끈질기게 추궁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서 일본인 납치사실 시인과 사과를 받아 냈다. 국민 보호에 있어서 한국과 일본 정부의 수준차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우리 정부는 이제라도 북한 측에 김 목사 납치문제를 거론하고 생사 확인부터 요구해야 한다. 정부가 김 목사 사건에 눈감으면 북한이 정부를 더 만만하게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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