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駐美대사에 홍석현]“대사 임명도 안끝났는데… 너무 앞서가”

  • 입력 2004년 12월 17일 18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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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미대사로 내정된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 17일 오전 중앙일보사에 출근하고 있다.-사진 제공 중앙일보
주미대사로 내정된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 17일 오전 중앙일보사에 출근하고 있다.-사진 제공 중앙일보
“주미대사 임명 절차도 안 끝났는데 웬 유엔 사무총장 도전이냐.”

주미대사로 내정된 홍석현(洪錫炫) 중앙일보 회장이 차기 유엔 사무총장 후보에 도전할 것이란 얘기가 전해지자 정부 안팎에서는 “여러 여건을 감안할 때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반응이 나왔다.

한 중견 외교관은 “한국 외교에서 주미대사가 얼마나 중요한 자리인데 그것을 다음 자리를 위한 징검다리처럼 여길 수 있느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사무총장 후보설의 배경=홍 회장은 유엔 사무총장직에 진작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한 관계자도 “중앙일보 관계자로부터 ‘홍 회장이 유엔 사무총장을 하고 싶어 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홍 회장은 9월부터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움직이기 시작했고, 홍 회장과 접촉한 정부 관계자들은 그에게 “그렇다면 주미대사를 맡아 달라”는 요청을 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 일각에서는 홍 회장의 개인적 희망과 정부의 인사 필요가 맞아떨어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코피 아난 현 유엔 사무총장이 퇴임하는 2006년 한국인이 후임으로 선출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전망이 서울 외교가에서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홍 회장이 자신은 ‘유엔 사무총장감’이라는 인식을 확산시키는 데 주력하는 것은 장래의 더 큰 목표를 염두에 둔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도 없지 않다.

▽외교적 논란 소지=10월 10일 태국의 일간 ‘방콕 포스트’는 “10월 7일 베트남 하노이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서 한국의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탁신 시나왓 태국 총리에게 ‘한국은 차기 유엔 사무총장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고 보도했다.

즉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의 단일후보로 추대된 수라키앗 사티라타이 태국 외무장관에 대한 지지를 노 대통령이 표시했다는 것. 당시 청와대 측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실제 정부 내에서도 “경제적으로 아세안 진출이 매우 중요한 상황에서 아세안 단일후보와 한국 후보 간 경쟁을 벌일 수 있는 처지는 아니다”는 의견이 강하다. 홍 회장의 유엔 사무총장 후보 도전설이 노골화하는 것 자체가 외교적으로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홍석현 유엔 사무총장’ 가능할까=아시아와 동유럽은 차기 총장 자리를 놓고 다투고 있고,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개인적 유명세’를 앞세워 도전하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아시아의 ‘단일후보’가 당선 가능성이 높지만 한국인이 그 단일후보가 되는 것이 구조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총장의 당선 조건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15개국 중 상임이사국 5개국을 포함한 9개국 이상의 지지’를 얻는 것도 버겁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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