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한 ‘속임수 외교’ 제 발등 찍기다

  • 입력 2004년 12월 10일 1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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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유골 파문’으로 북한과 일본 관계가 급격히 경색되고 있다. 북한에 대한 분노로 일본열도가 들끓는 가운데 국회와 언론에서는 ‘경제제재를 발동하라’는 주장이 거세다. 일본은 이미 대북(對北) 제재를 염두에 둔 ‘외환개정법’과 ‘특별선박입항금지법’을 제정했기 때문에 엄포가 아닐 수도 있다. 일본 정부는 발 빠르게 12만5000t의 식량 지원을 동결했다. 북-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을 수도 있는 심각한 상태다.

일본의 분노를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다. 일본은 그동안 피랍문제를 북-일 사이의 최대 현안으로 다뤄 왔다. 대다수 일본인은 핵무기 개발보다 납치를 더 심각한 북한의 도발로 보고 있는 게 현실이다. 피랍 일본인의 유골이라며 다른 사람의 뼈를 보낸 북한의 행동은 일본인들의 대북 적대감에 불을 지른 것이나 마찬가지다.

북한은 즉각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 국가의 수준이나 외교 관례를 따질 필요도 없다. 2년 전 북-일 정상회담에서 일본인 납치를 시인하고 사과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광폭(廣幅) 정치’에 먹칠을 하는 행위가 아닌가.

북한의 대일 교섭 실무자들이 불에 탄 뼈를 보내면 아무리 일본의 기술 수준이 높다고 해도 진위를 가릴 수 없을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에 모험을 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즉각 책임을 물어 일본의 분노를 누그러뜨려야 한다.

북-일 관계 악화는 양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연쇄적으로 북핵 문제 등 다른 현안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북-일 관계가 악화되면 일본이 6자회담에서 북한의 처지를 이해할 가능성 또한 줄어든다. 북한은 이제라도 국제사회가 납득할 만한 조치를 취해 ‘속임수 외교까지 동원하는 나라’라는 불명예만은 피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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