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노선갈등 수면위 떠오르나…1일 ‘안개모’ 발족

  • 입력 2004년 10월 31일 18시 42분


1일 ‘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 모임’(안개모)이 공식 발족하는 것을 계기로 여권 내 노선투쟁의 윤곽이 구체화되고 있다. 안개모가 가까운 시일 내에 당내 강경파와의 전선(戰線)을 형성할 가능성은 적지만 향후 국정운영 방향을 둘러싼 논란에서 여권 내 친노(親盧) 강경파와 양대 축을 형성할 가능성은 크다. 두 세력은 논리적으로 서로 다른 기반 위에 서 있다. 친노 주류파가 핵심지지층이 앞장서 대중을 이끌어야 한다는 ‘선도(先導)론’을 주장하는 반면 ‘안개모’ 등 온건파들은 국민여론을 중시하는 ‘대중(大衆)론’의 관점에 있다.

▽‘선도론’과 ‘대중론’=역사상 변혁이나 개혁을 시도했던 그룹 내에서는 항상 이 같은 노선갈등이 빚어져 왔다. 우리 사회에서도 1980년대 학생운동 과정에서 여러 분파간 노선갈등이 있었지만 양대 축은 역시 ‘선도투쟁론’과 ‘대중투쟁론’이었다. 80년대 학생운동권에서도 ‘무림-민민투-민중민주(PD)그룹’은 선도투쟁론을, ‘학림-자민투-민족해방(NL)그룹’은 대중투쟁론을 주장했다.

선도론과 대중론의 가장 큰 차이는 설득의 대상인 대중(국민)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전자는 비록 소수이더라도 명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변화의 속도를 빨리, 목표도 분명히 해야 한다는 관점이다. 그 과정에서 저항에 부닥치더라도 변화에 앞장서는 핵심그룹이 존재할 경우 결국 대중은 따라오게 돼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선(善)과 악(惡)이라는 이분법적 시각에 설 때가 많고 중간지대를 좀처럼 용인하지 않는다.

반면 대중론은 변화와 개혁의 속도가 좀 더디더라도 사회적 긴장과 저항을 최소화하면서 안정적으로 끌고 가야한다는 현실적 관점에 서 있다. 선악의 구분보다는 상대적 관점에서 사물을 보려하는 경향이 있고, ‘핵심지지층+비판적 지지자’들의 규합을 통해 대중(여론)의 지지를 받는 개혁을 선호한다.

▽여권 내 분화의 본질=여권 내 친노 강경그룹은 핵심지지층의 사고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기회주의자는 포섭의 대상일 뿐”이라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원칙주의적 사고방식에 환호한다. 현안에 대해서도 ‘현실적 가능성’이나 ‘기회비용’을 따지기보다는 ‘옳으냐, 그르냐’라는 명분에 집착하고 있다. 노 대통령이 국가보안법 문제와 관련해 “폐지하는 것이 옳다”고 판정을 내린 것이나, 헌법재판소의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 위헌 결정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선 것도 ‘내가 옳다’는 자기신념이 그 배경이다.

반면 열린우리당 내 ‘안개모’ 소속 의원들은 중간층을 넘어 한나라당까지도 포용하는 현실주의자들이 대부분이다. “정치인은 국민의 손을 잡고 반 발짝만 앞서 가야한다”는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의 평소 지론과 맥이 닿는다. 국보법에 대해서는 보수층을 감안해 ‘개정’ 또는 ‘대체입법’을 선호하고 있고, 헌재의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 위헌 결정에 대해서도 수용론을 강조하고 있다.

문제는 열린우리당의 주류를 차지하는 ‘선도론자’들과 국민 여론의 괴리로 인한 긴장이 조성될 경우 노선투쟁이 표면화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수도 이전이나 국보법 폐지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30%대의 지지를 얻는 데 그쳤고, 노 대통령의 지지율 역시 30% 이하로 떨어진 것을 놓고도 양측은 서로 정반대의 해석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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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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