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北核 조급해할 필요 없다”

  • 입력 2004년 9월 22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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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를 방문중인 노무현 대통령이 22일 모스크바 메트로폴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방러 성과를 설명하고 있다. -한기흥기자
러시아를 방문중인 노무현 대통령이 22일 모스크바 메트로폴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방러 성과를 설명하고 있다. -한기흥기자
러시아를 공식 방문 중인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22일 모스크바 메트로폴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북한 핵 문제에 대해 “몇 가지 장애사유가 발생한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은 조급하게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탈북자가 집단 입국하고, (한국의) 핵물질 추출·농축문제가 불거지고, 미국 대선과정에서 후보들이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에 대한 표현이 정치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며 “북한이 6자회담에 적극적이지 않고 여러 핑계를 대지만, 뭔가 변화가 있을지 모르는 미 대선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20일 밤 비공식회동과 관련해 “2시간여에 걸쳐 남북문제와 6자회담, 북핵, 한반도와 동북아 문제를 놓고 상당히 많은 얘기를 나눴다”며 “특별한 합의사항은 없었지만, 여러 부분에서 의견 합치가 있었고 인식의 공유가 넓어졌다”고 소개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에 대해 “첫 인상은 차갑게 보이고, 책에선 (푸틴 대통령이) ‘비밀스럽다’고 하는데, 대화할 때 거의 수사(修辭)나 기교를 쓰지 않고 바로 주제로 들어가 직선적으로 얘기하더라”며 “나도 대화를 직설적으로 하는 편인데, 대화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깊은 대화가 오갔음을 시사했다.간담회에서는 전날 저녁 공식만찬 때 러시아측이 ‘아침이슬’ ‘선구자’ ‘부산갈매기’를 실내악으로 연주한 것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러시아 사람들이 한국에서 내가 무슨 노래를 좋아하는지 다 조사한 모양이더라”고 말했다. 만찬이 끝날 즈음에는 푸틴 대통령이 아쉬움을 나타내며 “조금 더 시간을 함께 보내자”고 제의해 두 정상은 야심한 시각에 15분가량 크렘린 궁 경내를 산책했다는 후문이다.

노 대통령은 22일 모스크바 대학에서 특별강연을 한 뒤 명예법학박사 학위를 수여받았으며, 이어 한-러 양국 경제인 초청 오찬, 흐루니체프 우주센터 시찰을 끝으로 공식일정을 모두 마쳤다. 노 대통령은 23일 아침 모스크바를 떠나 이날 오후 늦게 서울에 도착한다.

모스크바=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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