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代 국감준비]“크게 한건 터뜨리자” 튀는 이슈, 뛰는 초선

  • 입력 2004년 9월 6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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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 국회 첫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6일 국회 의원회관은 국정감사를 준비하는 국회의원과 보좌진의 기발한 아이디어와 발로 뛰는 이슈 발굴 경쟁으로 벌써부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현안 파악을 위해 ‘개인과외’를 받는 의원들도 있으며 추석연휴를 반납한 채 국감 대비에 골몰하는 보좌진도 많이 있다. 또 피감기관에 미리 질의서를 주고 답변도 받아 이를 토대로 바로 1문1답을 하자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

▼기상천외 방법 동원▼

전체 의원의 63%를 차지하는 초선의원을 중심으로 참신한 국감 이슈를 찾기 위해 기발한 방법들이 동원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영주(金榮珠·열린우리당) 의원은 최근 보좌진에 낚시를 다녀오라고 지시했다. 호수의 수질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그곳의 고기를 잡아 성분 분석을 하기 위해서였다. 혹시 보좌진이라는 신분이 노출될까봐 남녀 한 쌍을 보내 데이트 장면을 연출하도록 했다.

열린우리당의 또 다른 초선의원 보좌진은 지난달 말 이틀 밤을 경기도의 한 공단 주변 하천에서 잠복을 했다. 폐수 방출 현장을 잡기 위해서였다.

재선 이상의 의원들은 국감준비 단계에서부터 ‘관록’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한나라당의 P의원은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이것저것 다 건드린다고 화끈한 결과가 나오는 줄 알지만 시간 낭비다”라면서 “이번 국감에선 언론이 좋아할 만한 이슈 2건만 잘 잡아 터뜨릴 계획이다”고 효율성을 강조했다.

각 의원실 보좌진은 자신들의 방에서 거둔 ‘성과’를 알리기 위해 메일과 전화를 이용한 홍보전에도 주력하고 있다. 16대 국회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최근에는 의원실에서 보내오는 메일과 전화로 기자들이 몸살을 앓을 정도다. ‘좋은 자료’라고 해서 막상 회관으로 달려가면 ‘함량 미달인 자료’가 많기 때문이다.

▼질의 답변 형식 변화▼

열린우리당 임종석(任鍾晳) 의원 등은 “이전의 국감 질의응답이 비효율적이고 지나치게 권위적”이라며 새로운 문답방식 도입을 주장하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피감기관에 미리 의원별로 질의서를 주고 답변도 미리 받아 국감현장에서는 이를 토대로 일문일답 형식으로 효율적인 감사를 진행하겠다는 것.

또 국감현장에서 ‘무식하다’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개인과외까지 받고 있는 의원들도 있다. 열린우리당 정장선(鄭長善), 김태년(金太年) 의원 등은 소속 상임위의 해당 부처 실국장들에게 부탁해 현안 브리핑을 받으며 실력 배양에 나서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보좌진 역시 관련 부처로부터 개별 그룹 과외를 받았다.

또 국감준비에 바빠 벌써부터 추석 연휴를 반납한 보좌진도 속출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K의원 보좌관은 “열린우리당이 152석을 얻었다고 해서 으쓱했는데 국감 때가 되니 경쟁자가 너무 많아 튀기 어렵다”며 “의원님들이 여당이라고 결코 봐주지 말라고 지시까지 하니…”라고 하소연을 했다.

선거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된 열린우리당 K, L의원, 한나라당 K의원 보좌진은 8월 초부터 국감 준비에 돌입했다. 고발된 의원들은 보좌진에 “고발된 상태기 때문에 유권자에게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더 보여야 한다”고 일찌감치 지시를 했기 때문이다.

▼피감기관과 신경전▼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정훈(金正薰·한나라당) 의원은 공정거래위원회 간부들과 국감제출 자료를 놓고 한바탕 소동을 벌였다. 김 의원에게 제출했던 자료를 공정위 간부들이 의원회관을 찾아와 다시 빼앗아가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진 것이다.

공정위 간부들이 관련 자료를 김 의원에게 넘긴 뒤 김 의원이 “이런저런 항목에 대해 집중적으로 따지겠다”고 하자 옆에 앉아 있던 한 국장이 줬던 자료를 뒤적이다가 한 장을 슬쩍 뺐다. 이를 발견한 김 의원이 호통을 치며 자료를 다시 빼앗아 보좌관에게 넘겼지만 이들은 의원사무실을 나가면서 슬그머니 보좌관에게 부탁해 이 자료를 다시 받아 챙겨갔다.

과거와 달리 e메일로 자료를 주고받다 보니 의원 보좌진과 정부부처 공무원간에 두뇌싸움도 치열하다. 한나라당의 한 초선의원 보좌관은 “자료를 요청하면 공무원들은 꼭 몇 개의 첨부자료를 빠뜨리고 메일을 보낸다”며 “메일을 제대로 보는지 또는 내용을 정확히 아는지 시험하기 위해 일부러 빠뜨리는 경우가 간혹 있어 자료를 다 받기 위해서는 5차례 이상 메일을 주고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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