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對北 군사력 열세’ 현실 바로 봐야

  • 입력 2004년 8월 30일 18시 40분


한국군의 종합적 전쟁수행 능력이 북한군에 비해 뒤떨어진다는 사실이 객관적 연구 결과로 입증됐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지형과 전투상황 등을 반영한 새 기법으로 남북 군사력을 분석해 보니 공군만 약간 우세한 것으로 나왔을 뿐 육군은 북한군에 비해 80%, 해군은 90% 수준에 그쳤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연구는 북한의 화생방 능력과 핵 등 비대칭(非對稱) 전력을 제외하고 재래식전력만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보다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사안이다.

북한은 1990년대 이후 경제난을 겪으면서 군사력도 함께 위축돼 왔고, 따라서 우리 군의 전력이 북한군에 월등 앞선다는 게 우리 사회 일각의 막연한 추측이었다. 그러나 정부 차원에서 10년 만에 나온 분석 결과는 그런 생각이 전적으로 틀렸음을 보여준다. 그동안 북한은 남북대화에 응하면서도 안으로는 ‘선군(先軍) 정치’를 내걸고 끊임없이 강군(强軍) 건설에 진력해 온 것이다.

우리 내부 사정은 어떤가. 북한의 군사적 위협은 가볍게 여긴 채 낭만적 사고로 남북 평화공존과 경협에 몰두했던 게 그동안의 대세였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는 사이에 한국 안보의 핵심 축인 한미동맹은 느슨해졌고, 주한미군 철수는 마지막 시기조율만 남았을 뿐 사실상 시작됐다. 반면 정부가 내세우는 ‘자주국방’은 언제쯤 실현될지 요원한 상황이다.

군사력에 매달리는 북한의 자세로 볼 때 남북간 체제경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적어도 남북간에 실질적 군비통제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정부는 이번 연구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여 국민을 안심시킬 장단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국민도 북한에 대한 경각심을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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