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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8월 27일 18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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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실증주의 역사학의 태두이자 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궈모뤄(郭沫若·1892∼1978)가 중국의 학자들과 함께 제작한 ‘중국사고지도집(中國史稿地圖集·1979)’ 상권(68쪽)에는 고구려를 말갈과 국경을 맞댄 국가로 표시하고 있다. 이 지도에는 5세기 말 북위·남제 시대의 중국의 국경과 주변국가의 위치가 그려져 있다.
지도집은 궈모뤄가 1958년부터 ‘중국사고(中國史稿)’의 편찬을 주도하면서 함께 제작에 착수해 그의 사망 다음해인 1979년 상·하권으로 출간됐다.
다만 이 지도책은 고구려의 영토를 현재 랴오허(遼河)강에서 압록강 북쪽 50km 위에 위치한 책성(柵城)까지로 줄여 표기하고 있다. 백제와 신라도 함께 표기돼 있다. 중국사고지도집은 지금도 중국에서 역사학자뿐 아니라 학생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이용하고 있다.
또 중국 지리역사학의 실력자인 탄치샹(潭其양·1911∼1992) 중국사회과학원 교수가 펴낸 ‘중국역사지도집(中國歷史地圖集)’에도 고구려를 백제 신라와 함께 국가로 표기하고 있다. 1982년 제작된 이 지도집 제4책 20쪽에는 랴오허강에서 창춘(長春), 책성을 잇는 광활한 만주 땅을 고구려 영토로 그려 놓고 있다. 이는 현재 한국 고등학교 역사부도에 실린 고구려 전성기 국경선과 거의 흡사하다.
인천시립박물관 윤용구(尹龍九·43) 학예연구실장은 “중국 역사학계에서 궈모뤄와 탄치샹은 실증주의 역사관에 입각해 중국사를 재정립한 인물들로 존경받고 있다”고 말했다.
서길수(徐吉洙·60) 고구려연구회장은 “이 책이 발간된 시기만 해도 중국은 고구려사 등 주변 국가의 역사를 자국의 역사로 편입하려는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았던 시기”라며 “따라서 실증주의에 입각한 이들 역사학자가 고구려를 주권 국가로 표기한 것은 그 당시로서는 당연한 집필이었다”고 말했다.
인천=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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