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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8월 17일 1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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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 이후 최대의 해외주둔 병력 재배치인 이번 계획에 따른 철수인원은 주독미군 3만명, 주한미군 1만2500명 등이 포함돼 있다.
우선 이 같은 구상에 대해 미국 언론들은 ‘선거용’이라고 평가하면서 부시 대통령이 제시한 이유나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뉴욕 타임스는 17일자 사설에서 “이 계획은 중요한 동맹관계를 해치고 총비용을 늘리며 가장 나쁜 시점에 한반도에서 전쟁억지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혹평했다.
이 사설은 ‘냉전 이후 위협의 지리적 상황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다’는 재배치 이유를 제시한 부시 행정부를 비판하면서 “아시아에서는 그만큼 변화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가장 위험한 위협이 북한으로부터 나오고 있다”며 “북한과 (핵폐기 등의) 거래조건으로 활용하지도 않고 북한이 오랫동안 갈망해 온 미군 감축의 떡을 북한에 준 것은 이해가 안 된다”고 비난했다.
존 케리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외교 안보분야 보좌역인 리처드 홀브룩 전 유엔대사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 계획은 미국의 안보를 약화시킬 것이 틀림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북한과 미묘한 협상을 진행 중인 상황에서 어떻게 한국에서 병력을 철수할 수 있느냐. 거기에는 진짜로 대량살상무기(WMD)를 가진 나라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번 계획은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의 또 다른 사례”라면서 “해외미군을 본토로 불러들이는 데 수십억달러가 들어 결국 방위예산을 절감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예비역 육군소장 대니얼 크리스트만은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미군이 동맹국 주둔의 이익을 상실하게 될 것이며 한반도에서 미군 감축은 북한에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도 있다”고 지적하면서 미국이 북한에 대해 한때 검토했다고 알려진 ‘선제공격(Preemptive Strike)’을 흉내내 “이 계획은 ‘선제적 양보(Preemptive Concession)’”라고 비꼬았다.
독일의 경우 제1기갑사단과 제1보병사단, 라인-마인공군기지 등을 철수하며 3600명 규모의 기동타격 전투여단으로 교체될 것으로 알려졌다.
부시 대통령의 발표 직후 세부 철수계획이 흘러나오자 미군기지가 있던 지역의 주민들은 “예상보다 철군 규모가 크다”면서 술렁거렸다.
미군과 가족, 군속 등을 합해 총 14만∼15만명이 철수할 것으로 보이는 독일이 가장 우려하는 점은 50년간 미군이 주둔해 온 지역의 경제가 입는 타격.
그동안 지방정부들은 감축규모를 줄이기 위해 사절단을 미국에 파견해 로비를 벌이기도 했다. 기지촌 경제 종사자가 총 15만명가량으로 미군기지가 철수하는 지방소도시의 충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독일 외무부는 16일 “그동안 양국 정부가 미군 철수계획을 긴밀히 논의해 왔으나 아직 공식 확정된 것이 없다”면서 “최종시한인 내년 5월까지 협상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는 논평을 내야 했다.
주둔 미군의 기능이 오히려 강화되는 일본에선 “전 세계적 차원의 전략의 일환인 만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반응이다. 일본 방위청의 한 간부는 “미군 재배치에도 불구하고 북한 등에 대한 ‘힘의 공백’은 생기지 않을 것이며 억지력도 충분히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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