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오명철/‘칭찬 효과’

  • 입력 2004년 8월 13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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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서울대공원에 ‘돌이, 고리, 래리’라는 이름을 가진 세 마리 돌고래가 있었다. 돌이와 고리는 쾌활하고 재주도 잘 부려 사육사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래리는 그렇지 못했다. 하지만 사육사들의 꾸준한 노력으로 래리도 서서히 관객들의 사랑을 받게 됐다. 래리가 갑자기 지능이 높아진 것은 물론 아니다. 사육사들이 다른 두 마리보다 더 칭찬하며 먹이를 듬뿍 준 덕분이었다. 마침내 래리는 다른 두 마리 고래들도 하기 어려운 고난도 묘기까지 선보이게 됐다.

▷베스트셀러 경영서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미국 올랜도 ‘시월드(Sea World)’의 최고 인기 스타인 범고래 샴에 관한 얘기다. 무게가 3t이 넘는 ‘바다의 포식자’ 범고래가 관중들 앞에서 멋진 묘기와 익살스러운 재주를 펼쳐 보일 수 있는 것은 고래에 대한 조련사의 칭찬과 격려 때문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범고래 샴이 가르쳐 준 지혜로 ‘긍정적인 것을 강조하라’ ‘잘한 일에 초점을 맞춰라’ ‘벌을 주지 말고 시간을 주어라’를 꼽았다.

▷교육학에는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라는 것이 있다. 교사가 어떤 학생에 대해 우수하다는 기대를 갖고 가르치면 그 학생이 다른 학생들보다 더 우수하게 될 확률이 높다는 이론이다. 근로자들의 작업성과는 근무시간이나 임금이 아니라 주위의 관심과 상사의 주목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호손 효과(Hawthorne Effect)’도 비슷하다. 어떤 약(藥) 속에 특정한 유효 성분이 들어 있는 것처럼 위장해 환자에게 주면 진짜 약처럼 효과를 발휘한다는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도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한 비공개 석상에서 “어린애도 못한다고 자꾸 그러면 더 나빠지는 것 아니냐. 대통령이 잘 못한 점이 있더라도 잘한 점을 부각시켜 주고 칭찬하고 격려해주면 더 잘할 것 아니냐”고 했다고 한다.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있는데 언론과 국민이 알아주지 않는 데 대한 대통령의 섭섭함이 배어 있는 발언이다. 대통령을 비판하는 입장에 서온 언론인으로서 약간은 ‘짠한’ 생각이 든다. 한편으로 언론도 대통령으로부터 칭찬 한번 받아보고 싶은 것도 사실이다.

오명철 논설위원 osc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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