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지도부, 광주지역 시민단체에 ‘혼쭐’

  • 입력 2004년 7월 23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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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전남지역 시민단체 대표들이 23일 신기남 의장 등 열린우리당 지도부와의 만남에서 “열린우리당은 총선 뒤 민심을 외면하는 등 너무 오만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경제기자

광주 전남지역 시민단체 대표들이 23일 신기남 의장 등 열린우리당 지도부와의 만남에서 “열린우리당은 총선 뒤 민심을 외면하는 등 너무 오만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경제기자

“택시 운전사들이 로또복권이 당첨되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외국에) 가 있겠다고 한다.”

열린우리당 신기남(辛基南) 의장, 홍재형(洪在馨) 정책위의장 등 지도부가 23일 노풍(盧風)의 진원지인 광주에서 지지자들로부터 혼쭐이 났다. 지지율 하락을 만회하기 위해 이날부터 시작한 전국순회투어의 첫 행사인 광주 전남 시민단체 및 당원과의 만남에서다. 광주인 만큼 ‘애정 어린 충고’를 기대했던 당 지도부는 혹독한 비판을 받자 당황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여권에 대한 비판의 포문은 시민단체 대표들이 열었다. 박경린 무등산보호단체협의회 상임의장은 이날 광주 서구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오찬간담회 중 “열린우리당이 총선 뒤 너무 오만해졌다”며 “얼마 전 한 택시 운전사가 ‘이 나라가 공산당이 되어 가고 있다’고 말하더라. 정부가 정신 차려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창수 광주전남녹색연합 공동대표는 “여권이 과연 초심을 지키고 있느냐는 데 대해 지지층에서 회의가 들고 있다”며 “노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를 어떻게 경영할 것인지에 대한 얘기를 많이 듣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면담에 초청받지 않은 오종석 서광주농협 회원은 자신을 ‘노사모’ 회원이라고 밝힌 뒤 “신 의장에게 계란을 던지려다가 참았다”며 “이대로 가면 이 지역은 다음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참석한 강기정(姜琪正·광주 북갑) 의원은 “그만 해. 책임 있게 말을 해야지”라며 고성을 지르며 제지하는 등 양측이 잠시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묵묵히 듣고 있던 신 의장은 “내가 정치적 능력은 별로 없지만 개혁에 대한 의지는 있다”면서 “광주에서는 아무리 얻어맞아도 싸다”며 당 내 광주문화수도추진특위 설치 등을 약속하는 등 분위기를 누그러뜨렸다.

하지만 이어 광주 서구 여성발전센터에서 열린 ‘광주 전남 당원과의 만남’에서도 당 지도부에 대한 당원들의 비난은 빗발쳤다. 한 당원은 “열린우리당은 (팔다리는 없고) 머리만 있는 당”이라며 “6월 재·보선에서 패배했는데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당이 무슨 정당이냐”고 비난했다. 또 다른 당원은 최근 당권파 의원들이 기간당원의 요건 완화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신 의장은 “외국 국회의원들은 7, 8월이면 지중해 등으로 휴가를 가지만 우리 당 의원들은 전국을 돌며 민생 행보를 하고 있다”며 “당을 민주적 효율적으로 운영해 ‘108번뇌’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광주=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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