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홍재-김천호 미스터리]돈꿔주는 사이…피랍 안알렸을까

  • 입력 2004년 7월 8일 18시 55분


주이라크 대사관이 가나무역 김천호 사장에게서 1만5000달러를 빌린 사실이 드러나 이라크대사관측의 부적절한 처신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감사원은 8일 주이라크 대사관이 김 사장에게 돈을 빌린 것은 ‘비정상적’이라고 밝히고, 임홍재(任洪宰) 대사가 가나무역 직원 김선일(金鮮一)씨가 실종된 뒤인 지난달 9일부터 12일까지 바그다드를 떠나 요르단을 방문한 행적도 석연치 않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돈 거래의 의문=감사원 고위 관계자는 “김 사장이 지난달 10일 주이라크 대사관을 방문해 돈을 대사관측에 전달한 것은 사인(私人)과의 금전거래를 터부시하는 외교관행에 비춰볼 때 이례적인 일”이라면서 “대사관측은 건물이 낡아 집무실과 숙소를 짓기 위한 용도로 돈을 빌려 썼다고 하지만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외교통상부는 “대사관 계좌가 전시상태인 이라크에 개설돼 있지 않고, 요르단 암만에 있어 급할 경우 대사관에선 현지 기업가에게서 돈을 융통해 쓴다”면서 “지난달 29일 김 사장이 귀국하기 전 대사관에 들렀을 때 되돌려 줬으며, 대사관 현금출납부엔 이 같은 사실이 기록돼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감사원은 그런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이 같은 거래에는 의문이 남는다고 보고 있다. 특히 주이라크 대사관이 김 사장에게 돈을 부탁할 정도의 관계인데도 김씨가 피랍된 이후 4번이나 대사관을 방문한 김 사장에게서 실종 내지 피랍 사실을 전혀 듣지 못했다는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는 것.

감사원 관계자는 “외교부가 주이라크 대사관에 대한 자금 보급 루트도 만들어놓지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 정보 수집을 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불투명한 임 대사 행적=감사원은 임 대사가 3박4일 일정으로 요르단을 방문한 것도 ‘적절치 못한 처신’이라고 지적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임 대사가 외교부 보고 과정에서 요르단 방문 목적을 처음에는 ‘외교행낭을 전해 줄 게 있었다’고 했다가 외교부측에서 허락하지 않자 나중에 ‘업무협의차’라고 번복한 대목도 석연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임 대사가 이 기간 중 사실상 휴가상태로 요르단에서 골프를 하는 등 업무활동은 별로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임 대사의 처신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감사원 현지조사단은 임 대사가 요르단에 머무는 동안 어떤 업무협의를 가졌는지, 또 김씨 실종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는지 등을 집중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