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이집트대사 “이슬람을 적으로 보진 마세요”

  • 입력 2004년 6월 24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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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일씨의 비극은 이슬람 율법과 아랍의 문화를 위반한 반(反) 인도적 사건입니다. 김씨 가족에게 위로의 말을 전합니다.”

동아일보와의 인터뷰를 자청해 24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만난 아무르 헬미 주한 이집트대사(47)는 무고하게 희생당한 김씨의 명복을 빌고, 이번 사건에도 불구하고 한국인과 이슬람의 이해가 깊어지기를 희망했다.

헬미 대사는 1998년 이후 이집트 외무부에서 한국과 일본을 담당하는 극동아시아 과장을 지낸 후 2001년 9월 주한 이집트 대사로 부임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인터뷰를 자청한 이유는….

“이번 사건으로 한국 국민이 이슬람을 적으로 여길까봐 두렵다. 이번 사건은 아랍인으로서도 수치심을 느끼는 일이다. 이슬람 테러단체와 이슬람교도는 명백히 다르다는 말을 하고 싶다.”

―이슬람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한국에서도 이슬람에 대한 이해는 부족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이슬람 경전 코란은 ‘무고한 사람을 죽이지 말라’고 규정하고 있다. 화해와 평화의 종교가 곧 이슬람이다. 반면 테러 단체는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비이성적인 집단이다.”

―테러 단체들이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구 사회를 타깃으로 삼고 있는데….

“이슬람교도도 종종 이슬람 테러단체의 공격 대상이 된다. 이달 초 이집트 트럭 운전사도 인질로 붙잡혔다.”

―운전사는 어떻게 됐나.

“테러단체가 운전사를 죽이겠다는 성명을 담은 비디오테이프를 아랍 위성방송 알 아라비야TV로 보냈다. 이집트 정부는 어떤 단체가 납치했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우왕좌왕했지만 납치단체가 며칠 뒤 아무 조건 없이 그를 풀어줬다.”

―이슬람교도에게는 더 관대하다는 뜻으로 들리는데….

“이성적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 게 테러단체다. 이들은 유대인을 학살한 독일 나치나 일본 지하철역에서 독가스를 살포한 옴 진리교도와 마찬가지로 보면 된다.”

―테러단체의 야만적 행위가 한국 국민을 비탄에 잠기게 했는데….

“비록 한국과 이집트가 테러단체의 공격을 받았지만 내전 양상으로 치닫는 이라크를 재건하는 활동을 멈춰서는 안 된다. 한국은 이라크 평화를 위해 파병한다는 것을 적극 알리고, 인근 아랍국에도 꾸준히 홍보해야 한다.”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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