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행정수도 이전 국민투표 거부

  • 입력 2004년 6월 18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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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18일 수도 이전 문제를 둘러싼 국민투표 실시 논란에 대해 “국회에서 여야 4당의 합의로 통과시킨 법률에 대해 대통령이 국민투표를 하자고 하면 국회의 의사를 거역하거나 번복하자는 것이기 때문에 이는 3권 분립의 원칙에 맞지 않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춘추관을 찾아와 기자 간담회를 갖고 “국민투표 공약을 한 것은 인정하지만, 그 이후에 국회에서 여야 4당의 합의로 통과돼 이미 종결된 문제가 됐고 그 공약을 이행할 필요가 없게 돼버렸다”며 이같이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한나라당은 16대 국회에서 통과된 신행정수도 특별법을 폐기할 것이냐, 말 것이냐를 먼저 당론으로 결정하고 국회에서 당당하게 논의해야 한다”면서 “자고 나면 뒤집고, 자고 나면 흔들고 하는 것은 정쟁의 수준이며 대통령 흔들기의 의도도 감춰져 있다고 생각한다”고 한나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대통령의 의지는 확고하다”면서 “대통령이 거역할 수 없는 법적 구속력 있는 결정이 국회에서 나오기 전에는 기존의 합의에 의해 신속하고 강력하게 이 정책을 집행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열린우리당도 국민투표를 추진할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가 압도적인 지지로 신행정수도 이전특별법을 통과시킨 지금 또다시 이 문제로 국민투표를 실시할 이유가 없다”며 “국민투표를 해야 할 필요성은 실효(失效)됐다”고 못 박았다.

반면 한나라당 김덕룡(金德龍) 원내대표는 이날 방송기자클럽 토론에서 “행정수도 이전의 최종 책임자는 대통령”이라며 “스스로 국민투표를 약속해놓고 이제 와서 국회와 야당에 떠넘기는 것은 열린우리당이 과반 정당이라서 힘으로 밀어붙이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 대표는 또 “총선을 앞두고 충청권 표를 의식해 법을 신중하지 못하게 통과시킨 점이 있다”면서 “그러나 16대 국회에서 통과시킨 법은 절차법이지 사실상 천도(遷都)를 결정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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