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맨서 사기범으로… 대통령비서실장 사칭 축의금 사기

  • 입력 2004년 6월 2일 1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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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식(金雨植) 대통령비서실장을 사칭해 결혼 축의금을 챙기려 했던 30대 전직 증권맨이 검찰 고위 간부를 사칭해 이 간부의 동문과 재계 인사에게 “검찰총장 승진을 위한 로비자금이 필요하다”는 편지를 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김 실장을 사칭해 “막내아들의 축의금을 보내 달라”며 계좌번호가 적힌 청첩편지를 보낸 혐의(사기)로 김모씨(33)에 대해 2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씨는 지난달 중순 신문을 통해 김 실장 막내아들이 결혼한다는 사실을 알고 연세대 서울대 등 명문대 출신 재계 인사 30여명에게 편지를 보낸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또 고려대 출신인 김종빈(金鍾彬·현 서울고검장) 전 대검차장과 성균관대 출신인 서영제(徐永濟·현 대전고검장) 전 서울고검장을 사칭, 이들 대학 동문인 재계 인사에게 “검찰총장으로 승진해야 하는데, 17대 국회의원을 만나서 로비를 할 필요가 있다”면서 김 실장을 사칭할 때 사용한 계좌번호를 적은 편지를 보낸 혐의도 받고 있다. D그룹 회장 K씨도 이 같은 편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증권회사 대리로 근무하던 김씨는 2001년 9·11테러로 주가가 폭락하면서 고객 돈 7억여원을 손해본 뒤 부모님 퇴직금으로 이 사태를 수습하고 회사를 그만둬야 했다.

김씨는 이후 공무원 시험을 치렀으나 번번이 낙방했고 ‘노후 자금을 빼앗은 불효자식’이라는 짐에 짓눌렸다. 김씨는 고위 인사를 사칭하면 돈을 벌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지난달 중순 서울 관악구 신림동 고시촌의 한 PC방에서 편지를 썼다. 또 인터넷을 통해 주인이 없는 ‘대포 계좌’를 사들이고 재계 유력인사들의 주소를 추려냈다.

하지만 편지를 받은 인사가 청와대측에 사실 확인을 요구하면서 계좌는 돈이 송금되기도 전에 폐쇄됐으며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지 못했다.

정원수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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