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혁규 “자리에 연연 않겠다”…盧,총리지명 강행시사

  • 입력 2004년 5월 28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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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혁규 대통령경제특보는 최근 자신의 총리 기용 문제를 둘러싸고 열린우리당 일각에서까지 반발 움직임이 일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동아일보 자료사진
김혁규 대통령경제특보는 최근 자신의 총리 기용 문제를 둘러싸고 열린우리당 일각에서까지 반발 움직임이 일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동아일보 자료사진
“나는 자리에 연연해하는 사람이 아니다.”

김혁규 대통령경제특보는 27일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자신을 둘러싼 총리 지명 논란이 당 안팎에서 격화되면 스스로 총리 카드를 접을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김 특보의 총리 지명을 강행할 의지를 굽히지 않자 열린우리당 내 초·재선그룹에서까지 총리 지명 재검토 주장이 나오고 있다. 급기야 청와대와 당의 창구역할을 맡고 있는 문희상(文喜相) 대통령정치특보가 “김혁규 총리 문제는 여당 지도부의 시험대”라며 “(잘못될 경우) 총체적으로 책임질 일이 올 수도 있다”고 경고하기까지 했다.

김 특보는 이 같은 논란을 의식한 듯 “노 대통령께 누가 되고, 나라가 어려운 상황이 온다면 내가 알아서 판단을 하겠다. 나에게 맡겨 달라”고 말했다.

김 특보는 자신의 총리 기용 문제가 탄핵사태 이후 노 대통령이 직면한 최초의 시험대라는 사실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는 듯했다. 총리 지명이 무산될 경우 자신은 물론 노 대통령이 받을 상처를 걱정하기도 했다. 김 특보는 “내정도 안 된 상태에서 내가 뭐라 말할 상황이 아니다”면서도 “당내 우려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나 역시 그런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6·5 재·보선이 끝나고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김 특보에 대한 노 대통령의 집념은 여전하다. 27일 연세대 특강에서는 야당의 김 특보에 대한 총리 임명 거부움직임과 관련해 “상대방에 양보받기 위해 상생(相生)을 내세우면 반드시 실패한다”고도 말했다. 실제로 노 대통령은 20일 전·현직 열린우리당 지도부와의 만찬에서 김 특보가 총리가 되어야 하는 이유까지 설명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노 대통령은 김 특보가 △경남지사 재직시 외자를 적극 유치하는 등 CEO형 지도자로서 ‘실적’이 있고 △미국에서 어렵게 돈을 번 이후로 꾸준히 비즈니스 마인드를 계발해왔으며 △무엇보다 당이 어려울 때 지역구도 극복을 위해 지사직을 버리고 입당했다는 점 등을 총리 지명의 이유로 꼽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에서는 김 특보의 총리 지명에 대한 반발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따라서 상황 반전이 이뤄지지 않는 한 여야의 정면충돌은 불가피하고, 설사 청와대가 승리하더라도 ‘상처뿐인 영광’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여권 내에서도 나오고 있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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