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재정금융감사국 박의명(朴義明) 3과장은 이와 관련해 “담당 기관인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와 예금보험공사가 제대로 관리만 했어도 최소 8000억원 이상의 국고 낭비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격=KAMCO는 공적자금을 우선적으로 회수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데도 부실채권을 매매하는 과정에서 공적자금으로 회수해야 할 3558억원을 회사 수입으로 처리했다.
KAMCO는 2000년 10월 부실채권정리기금이 갖고 있던 부실채권 5조1723억원어치를 863억원(채권원금의 1.6%)에 사들인 뒤 매입 부실채권 가운데 3973억원어치를 시장에 내다팔아 3134억원의 이익을 남겼다. 그러나 그 차익금을 국고에 넣지 않은 채 고스란히 회사 이익으로 처리했다.
또 KAMCO는 부실채권정리기금과 공동으로 지분을 갖고 있는 자산유동화회사의 이익배당금을 부실채권정리기금에는 당초 약정보다 적게 배분한 반면 회사 몫(KAMCO 일반회계)에는 더 얹어주는 방식으로 396억원의 공적자금을 가져갔다. 이는 부실채권정리기금의 이익으로 잡혀 자동적으로 공적자금 회수분으로 처리됐어야 할 금액이다.
감사원측은 “KAMCO가 이런 편법적인 회계처리로 벌어들인 수익을 재원으로 임원 연봉의 5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등 도덕적인 해이가 심각했다”고 지적했다.
▽약정 체결 미숙으로 1000억원대 공적자금 손실=예보와 KAMCO는 부실 금융회사에 공적자금을 지원하면서 사후정산 약정을 제대로 맺지 않는 미숙한 업무처리로 1008억원의 공적자금을 날렸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예보는 부실 보험사를 인수한 금호생명 등 4개 보험사에 공적자금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영업이익의 사후정산 절차를 제대로 약정하지 않는 바람에 193억원을 회수하는 데 실패했다. 또 우리종금에 공적자금 2조6732억원을 지원한 뒤 사후 관리 업무소홀로 230억원의 공적자금을 회수하지 못했다.
또 KAMCO는 서울보증보험에서 부실채권 3조461억원(매입액 9542억원)어치를 사들이는 과정에서 채권이자를 돌려받는 약정을 빠뜨려 이자수입 585억원을 손해 봤다.
▽헐값 채권 매각으로 371억원 손해=미국투자회사들이 KAMCO의 부실채권을 헐값에 사들여 막대한 차익을 거둔 사례도 포착됐다.
미 투자사인 M사는 KAMCO의 부실채권 99억원어치를 단돈 100원에 사들여 89억원에 팔았다. 대한주택보증㈜이 지급 보증한 채권인데도 KAMCO가 담보가 딸리지 않은 무담보채권으로 잘못 분류해 헐값에 파는 바람에 M사만 ‘돈방석’에 앉게 됐다.
또 다른 미 투자사인 B사와 J사는 KAMCO에서 부실채권 559억원어치를 129억원에 사들였으나 감사결과 재무자문회사의 평가금액보다 낮은 가격에 응찰했는데도 KAMCO가 그대로 낙찰해 줘 66억원의 손해를 본 것으로 밝혀졌다.
▽부실기업 빚은 많이 깎아 주고 공적자금은 과다 지원=부실 금융사 파산재단에서 부실기업의 빚을 너무 많이 깎아주는 바람에 입은 손실 등도 1194억원이나 됐다.
대한종금 파산재단은 부실기업인 S건설과 S산업개발을 살리기 위해 부채비율을 300%이하로 낮춰주는 과정에서 빚을 3922억원만 깎아주면 되는데도 이보다 1074억원 더 많은 4996억원을 줄여 줬다.
나라종금 파산재단도 계열기업인 B사에 대해 대출채권 3502억원 가운데 화의(和議) 조건을 완화시켜 줘 결국 다른 채권금융기관에 비해 918억원을 덜 회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보는 태평양생명 등 3개 부실보험사와 한일상호저축은행의 자산과 부채를 실사하는 과정에서 담보채권을 무담보채권으로 잘못 분류해 공적자금 92억원을 더 지원했다.
공적자금 특감을 실무 지휘한 하복동(河福東) 감사원 재정금융감사국장은 “KAMCO 등 담당기관 직원들의 개별적인 잘못도 있고, 몰라서 외국계 자본에 속아 넘어간 부분도 있다”면서 “이제 우리 금융회사도 선진 금융상품 기법을 배우고 국제금융 전문가를 키워 우리도 외국에서 금융장사를 해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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