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vs 실용 vs 親盧직계…與 초선모임 세갈래 분화

  • 입력 2004년 5월 24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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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이후 우후죽순처럼 생겼던 열린우리당 초선 당선자 모임이 17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성향에 따라 세 그룹으로 대별되는 양상이다. 개혁 선명성의 기치를 든 진보성향 모임과 전문가그룹 출신의 실용주의 모임, 친노(親盧)직계 그룹이 그것이다.

먼저 진보성향 모임으로는 ‘초선 모임’(가칭)이 꼽힌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출신의 임종인 최재천 당선자와 김현미 이목희 당선자 등 26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19일 상견례를 가진 데 이어 다음 달 3일 창립대회를 갖고 출범할 계획이다. 이들의 목표는 ‘초선이 개혁을 주도해 노무현 정부를 성공시키자’는 것이다.

김현미 당선자는 “과반수 의석을 얻었다는 ‘포만감’으로 개혁 정신이 느슨해지는 것을 견제하려는 취지에서 모였다”고 설명했다. 당 일각의 ‘순차 개혁론’을 염두에 둔 것이다. 하지만 19일 모임에서 “초선들 군기 잡겠다는 사람은 물어뜯겠다”(임종인 당선자)는 발언이 나올 정도로 개성이 뚜렷해 “단일 대오를 형성하기 쉽지 않겠다”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앞서 결성된 ‘참여정치연구회’는 김원웅 유시민 의원을 중심으로 박명광 정청래 당선자 등 1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지난달 1차 워크숍 이후 정동영 전 의장의 ‘실용주의’ 노선에 맞서기 위해 만들어졌는데 신기남 의장 체제 출범 이후에는 이 모임의 실질적인 리더격인 유 의원이 제4정조위원장을 맡았다. 당 내 신당추진위원회 계열의 간판격인 박명광 당선자는 당 내 정책연구재단설립추진단을 이끌고 있다.

실용주의 성향의 모임으로는 ‘불새’가 눈에 띈다. 화요일(火) 조찬모임(朝)의 변형 명칭인 불새(火鳥)는 주제네바 대사를 지낸 정의용 당선자를 주축으로 민병두 박영선 당선자 등이 참여하고 있다. 대부분이 정 전 의장이 정치권에 입문시킨 인물들로 실용주의적 색채가 강하다. 정의용 당선자는 “정파와 계파를 떠나 30여년 넘게 세계에서 보고 들은 전문 지식을 공유할 수 있는 틀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의장 사퇴 이후 이들에게 쏠리는 당 내외 관심도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

역시 정 전 의장의 계보인 정덕구 당선자는 총선 때 당 민생·경제특별본부장을 지낸 경험을 살려 ‘시사포럼’(시장경제와 사회안전망 포럼)을 현대카드 회장 출신인 이계안 당선자 등 전문가들과 구성 중이다.

이들 진보·실용주의 모임과는 달리 염동연 이광재 당선자 등 친노 직계그룹은 별도의 연구 모임을 만들고 당·청간 가교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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