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개각이 늦춰져 공직사회의 동요가 쉬이 가라앉을 것 같지 않다. 자업자득이다. ‘시스템 인사’를 그토록 강조해 놓고서도 이를 지키지 않았으니 누구를 탓하겠는가. 청와대는 집권 초부터 “장관 인사는 반드시 인사추천위원회를 거쳐 총리가 제청하면 대통령이 임명하는 절차를 밟겠다”고 했다. 대통령이 부르면 총리가 받아 적는 식의 인사는 안하겠다는 것이 원칙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이를 지켰어야 한다.
개각 사유도 납득하기 어렵다. 인사권자의 고유권한이라지만 적어도 장관을 바꿀 때는 누구나 수긍할만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정찬용 대통령인사수석은 교체대상으로 거론되는 통일부, 보건복지부, 문화관광부의 경우 “인사 사유가 발생했다”고 했으나 그 사유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겠다”고 해 궁금증만 증폭시켰다.
단순히 선거에 공(功)이 있는 당 인사들에게 입각 기회를 주거나, 차기 대권주자들에게 경력을 쌓게 하기 위해 장관을 바꾸는 것이라면 공직사회의 안정과 국정의 효율적 운영은 기대하기 어렵다. 장관 임기가 최소한 2년은 돼야 한다고 한 사람은 노무현 대통령 자신이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노 대통령은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 새 총리후보를 지명해 국회에서 인준을 받은 후 새 총리로 하여금 제청권을 행사토록 하는 것이 순리(順理)다. 대통령부터 원칙과 상식을 존중할 때 나라가 제대로 굴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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