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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5월 23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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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은 신기남(辛基南) 의장 체제로 전환했고 청와대 역시 개편작업을 마쳤지만 정부의 내각 개편은 고 총리가 새 장관에 대한 제청권 행사에 난색을 표시함으로써 조기 단행을 장담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헌법상 제청권 행사는 총리의 권한이기 때문에 고 총리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개각 시점은 1개월여의 시차가 생긴다. 만일 고 총리가 제청권을 행사하기로 마음을 돌린다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이번 주 안에 곧바로 개각을 단행할 계획이지만 그 반대의 경우 새 총리의 국회 임명동의 절차 때문에 개각은 다음달 20일 이후로 미뤄야 한다.
여권 일각에서는 고 총리가 29일경 정식으로 사퇴한 뒤 총리 직무대행을 맡게 될 이헌재(李憲宰)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의 제청을 받아 개각을 밀어붙이자는 주장을 하고 있지만 청와대측은 “전례도 없고, 고 총리가 제청하는 것보다 모양새가 훨씬 좋지 않다”며 부정적인 입장이다.
결국 달리 뾰족한 방안이 없다고 판단한 청와대측은 고 총리에게 한번 더 매달려 볼 생각이다. 김우식(金雨植) 대통령비서실장이 24일 고 총리를 세 번째 만나 제청권 행사를 요청하는 ‘삼고초려(三顧草廬)’에 나설 예정이고 경우에 따라선 노 대통령이 25일의 국무회의를 전후해 고 총리를 직접 만나 간곡하게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들이 23일 “17대 국회가 개원되기 전에 정부도 새로운 진용을 갖추는 게 바람직하다”, “고 총리가 제청을 해도 법률 위반은 아니다”, “장관 임명권한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다”, “정부 부처의 동요가 너무 심각하다”는 등의 논리를 펴고 나선 것도 고 총리를 압박하기 위한 분위기 조성용이라는 풀이다.
그러나 여권의 조기 개각론이 흔들리고 있는 것은 ‘자업자득(自業自得)’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4·15 총선이 끝나자마자 여권 내 차기 대권주자의 교통정리 차원에서 열린우리당 정동영(鄭東泳) 전 의장과 김근태(金槿泰) 전 원내대표의 동반입각 구상을 흘려 해당 부처의 동요를 불러왔고 급기야 곧 물러날 총리에게 제청권 행사를 요청하게 되는 상황까지 불러온 셈이기 때문이다.
김 비서실장이 23일 “이번 개각은 3개 부처에 국한될 것”이라고 소폭 개각 방침을 공표한 것도 정부 내의 동요를 가라앉히기 위한 조치로 여겨진다.
한편 통일부 장관 자리를 둘러싼 정 전 의장과 김 전 대표 양 진영의 신경전은 갈수록 날카로워지고 있다. 김 전 대표쪽에서는 “원래는 우리쪽에서 통일부 장관으로 가기로 돼 있었는데 정 전 의장이 중간에 가로챘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고 정 전 의장쪽에서는 “언제 통일부 장관 자리가 김 전 대표쪽으로 정해져 있었느냐”고 반박하고 있다. 23일 정 전 의장은 강원도로 산행을 떠나면서 측근들에게 함구령을 내렸고 김 전 대표는 외부와의 연락을 끊고 시내 모처에서 칩거 중이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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