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색 다른 네티즌, 법정 공방 시작되나

  • 입력 2004년 5월 22일 13시 25분


정치색을 달리하는 네티즌들 사이에 노무현 대통령 탄핵사태와 관련, 각각 상대방에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법정 공방이 벌어질 조짐이다.

정치평론사이트 서프라이즈를 중심으로 한 네티즌들이 지난 5일 탄핵 주도 한나라당 의원 192명에 대해 법적 대응을 시작한 데 이어, 이번에는 한나라당 지지 네티즌들이 ‘노무현 상대 피해보상 국민운동 본부’라는 인터넷 까페를 만들어 맞대응에 나섰다.

이 까페를 만든 사람은 지방에서 직장에 다니고 있는 엄모씨(36).

자신을‘바보온달’이라고 밝힌 엄씨는 21일 오전 포털사이트 다음에 이 사이트를 개설하면서 “헌법을 준수해야 할 대통령이 교묘한 수법으로 법을 어기고도, 희희낙락 하는 이 나라가 진정 법치국가란 말인가?”고 물은 뒤 "대통령을 경고하고 탄핵한 국회의원들을 한술 더 떠서 소송까지 하는 저들을 어찌 두 눈 뜨고 볼 수 있단 말인가”고 말했다.

같은 날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는 이 사이트를 회원들에게 소개하면서 서프라이즈의 소송참여문에 대해 “헌재에서는 이미 노무현의 위법사실을 모두 인정했다”며 조목조목 반박하기도 했다.

박사모 회원이기도 한 엄씨는 "서프라이즈에서 소송을 준비한다는 얘기를 듣고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 까페는 집단적인 민사소송을 위해서 만들었고 구체적인 방법은 어느 정도 회원이 확보되면 그들과 상의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까페는 개설 이틀 만에 가입 회원이 120여명으로 늘어났으며 네티즌들은 이미 구체적인 피해보상 요구 방법까지 제시하고 있다.

‘빈하늘’이라는 아이디의 네티즌은 “노무현의 선거법 위반은 헌재에서도 인정한 만큼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하자”며 “소송 청구인 여러 명이 각각 순차적으로 소송을 제기해 한 건이 해결되면 또 한 건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노무현 스스로가 백기를 들게 하자”고 제안했다.

이같은 의견에 대해 “노무현에게 받은 스트레스는 보상받아야 한다”(뚜버기) “국민에게 협박 정치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러브사랑) 등의 답글도 올라오고 있다.

한 네티즌은 ‘맞받아쳐야 꼬리를 내린다’는 제목의 글에서 노사모를 겨냥, “우리의 존재가치를 확실히 실천으로 보여줘야만 싸가지 노란 것들이 경거망동을 하지 않고 건설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할 것”이라는 원색적인 공격도 했다.

한편 서프라이즈측도 소송 준비가 한창이다.

네티즌이 소송 위임장과 분담금 5만원을 서프라이즈에 보내면 바로 소송 주체가 된다.

또 민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과의 협력도 모색하고 있다. 민변은 이 소송이 ‘공익 소송’ 이라는 판단이 들면 소송 대리인으로 나설 예정이다.

서프라이즈 관계자는 22일 “매일 10~20명 정도가 위임장과 소송분담금을 보내오고 있다"며 "현재까지 접수된 사람은 200명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또 “30일까지 1차 마감을 한 뒤 다시 2차 모집을 할 계획”이라며 “민변이 소송을 맡지 않으면 네티즌들의 의견을 물어 법무법인에게 소송 진행을 맡길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네티즌들의 대립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인터넷 칼럼니스트 이재일씨(49)는 “정치권에 대한 네티즌들의 관심과 지지는 바람직한 현상"이라며 그러나 "상대방에 대한 법적 대응은‘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식의 극단적 대응방식으로, 국론 화합에 도움이 되지 않으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 현 기자 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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