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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5월 20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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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기념행사를 마친 열린우리당 신기남 의장이 귀빈실에 들어섰다. 그는 메인소파의 상석에 앉지 않고 소파 중간쯤에 자리를 잡았다.
곧이어 열린우리당의 여러 의원이 속속 귀빈실로 들어왔다. 문희상(文喜相) 대통령정치특보, 유인태(柳寅泰) 당선자, 김태홍(金泰弘) 유시민(柳時敏) 의원, 정의용(鄭義溶) 당선자 등이 자리를 잡았다. 신 의장이 잠시 화장실에 갔다 오니 이미 그 자리는 나중에 김덕규(金德圭) 의원이 차지했다. 신 의장은 상석이 비어 있는데도 메인소파 뒤편에 있는 간이의자에 앉았다. 어느 누구도 자리를 양보하지 않았고 상석을 권유하지도 않았다.
정동영(鄭東泳) 의장의 사퇴로 의장직을 승계한 신 의장에 대한 당내 의원들의 시각을 엿볼 수 있는 단면이다.
앞서 신 의장은 17일 밤 노무현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했다. 덕담이 길게 오갈 만도 했는데 두 사람은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를 두 번 반복하는 것으로 통화를 끝냈다고 한다.
신 의장은 96년 국회의원으로 입문한 뒤 줄곧 개혁파의 핵심으로 자신의 위치를 규정해 왔다. 이 때문에 신 의장은 투쟁적인 이미지가 강하고 상대적으로 나이(52세)도 젊은 편이어서 ‘당내 어른’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지 못하고 있다. 신 의장 본인도 격의가 없다. 보좌진이 맞담배를 피우며 주머니에 양손을 넣고 보고를 한다.
신 의장은 취임 직후 당내 비주류인 김부겸(金富謙) 의원을 비서실장으로 임명해 당내 화합 의지를 과시했다. 그러나 신 의장에 대한 견제 움직임이 벌써부터 고개를 들고 있다. 소장개혁파 의원의 모임인 ‘참여정치를 연구하는 의원들의 모임’은 19일 회의에서 “총선을 치르고 나면 새 지도부가 구성되는 게 일반적인 관례”라는 데 의견을 모으고 7, 8월 또는 내년 1월 전당대회를 치르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이들은 또 중앙위원회의에서 전당대회 개최문제도 공식 논의키로 했다.
신 의장도 당내 인사들의 이 같은 냉랭한 시선에 서운함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나보고 소장파고 경륜이 없다고 하는데 잘못 생각하는 거다. 내 나이가 52세다. 토니 블레어보다 한 살이 많다. 정치적 경력을 봐도 최고위원을 했고 상임중앙위원도 동시에 했다”며 “상대적으로 보면 나만큼 준비된 사람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소장파의 전당대회 개최 움직임에 대해 “언제라도 좋다. 한번 붙는 거지”라고 전의(戰意)를 과시하기도 했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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