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기각]헌재 “대통령, 헌법 지키시오” 경고 메시지

  • 입력 2004년 5월 14일 18시 14분


코멘트
헌법재판소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리면서도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대통령의 행위를 강하게 질타하는 ‘경고 메시지’를 결정문 곳곳에 담았다.

재판장인 윤영철(尹永哲) 헌재 소장은 이날 대통령의 위법행위가 파면에 이를 정도로 중대하지는 않다고 기각 이유를 설명한 직후 “하지만 헌법을 경시하는 대통령은 스스로 자신의 권한과 권위를 부정하고 파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권한과 정치적 권위는 헌법에 의해 부여하기 때문이라는 것. 특히 민주정치의 역사가 길지 않은 우리나라의 경우 국민의 헌법 의식이 확고하지 않은 만큼 헌법을 수호하려는 대통령의 확고한 태도가 매우 중요하다고 헌재는 설명했다.

게다가 대통령은 ‘법치(法治)와 준법’의 상징적 존재이기 때문에 스스로 헌법과 법률을 존중하고 준수해야 함은 물론이고 다른 국가기관이나 일반 국민의 위헌적 위법적 행위에도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게 헌재의 판단이다.

헌재는 노 대통령의 구체적인 위법행위와 관련해 더욱 분명하게 경고를 보냈다.

먼저 노 대통령이 총선이 임박한 2월 2차례의 기자회견에서 열린우리당 지지 발언을 한 것에 대해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 형성 과정을 왜곡시키는 것이며 의회민주주의를 크게 훼손시키는 것”이라고 결정문에 못 박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3월 노 대통령에 대해 선거법 위반 결정을 내리자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이 현행 선거법을 ‘관권시대의 유물’로 폄하한 것은 헌법 수호 의무를 저버린 것이라고 헌재는 지적했다. 대통령이 법률의 개선 방향에 대한 소신을 밝힐 수는 있지만 자신이 선거법 위반으로 선관위의 경고를 받은 상황에서 선거법을 폄하하는 발언을 한 것은 법률을 존중하는 태도가 아니라는 것. 결국 대통령이 법을 준수하지 않는다면 다른 공직자는 물론 국민 누구에게도 법의 준수를 요구할 수 없다는 게 헌재의 경고다.

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재신임 국민투표를 제안한 것 역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국민투표제도를 정치적 도구로 남용한 위헌적인 제안이라고 지적했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윤영철 헌법재판소장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 대한 최종결정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