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원-비서관 석박사 수두룩…의원 보좌관 “화려하네”

  • 입력 2004년 5월 12일 18시 55분


코멘트
열린우리당 김명자(金明子) 국회의원 당선자는 최근 과학사와 정보통신정책을 전공한 박사 2명을 4급 보좌관에 내정했다. 화학과 교수 출신으로 환경부 장관을 지낸 그는 일찌감치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에서 활동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이 분야 전문가를 영입한 것. 최근엔 각종 국제회의에서 자신을 도와줄 정책비서관(5급)으로 미국 코넬대를 나와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며 정부 부처에서 영문 에디터로 4년간 근무한 여성을 스카우트했다.

17대 국회 초선 당선자 사이에서 ‘이제 정치권에서도 일하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화려한 경력의 전문가를 채용하는 붐이 일고 있다.

▽운전사, 비서까지 정책보좌관=열린우리당 이광재(李光宰) 당선자의 수행비서(7급)는 사법시험 1차에 합격한 뒤 대기업에 다니던 인재. 그는 지난 총선에서 운전사 겸 선거법 등 법률 자문을 맡았고 앞으로도 수행비서 겸 정책보좌관으로 일할 예정이다. 또 4급 정책보좌관으로 미국에서 경영학석사(MBA)에 이어 박사학위를 취득한 엘리트를 영입했고 홈페이지 관리 및 비서를 겸할 보좌역으로 전남대 대학원(석사)을 나온 여성을 채용했다.

열린우리당 김영주(金榮珠) 당선자는 서강대 대학원 경제학과 재학 당시 ‘자신을 졸업할 수 있게 도와준 우등생’이었던 동기를 4급 정책보좌관에 채용했다. 해당 보좌관은 미국 인디애나주립대에서 법학 석사학위를 받고 국제변호사 자격을 획득한 뒤 박사 과정을 밟던 중 ‘러브 콜’을 받고 ‘1년만 돕겠다’는 조건으로 귀국했다.

한나라당 이주호(李周浩) 당선자는 보좌진 5명 모두 정책전문가로 채용했다. 4급 보좌관 중 한 명은 한국개발연구원(KDI) 정책대학원 석사로 은행 근무 경험이 있는 금융전문가이며 나머지도 모두 석사 이상의 연구원 출신이다. 재정경제위원회를 희망하는 한나라당 이혜훈(李惠薰) 당선자는 모 투신회사 리서치팀장을 보좌관으로 섭외한 상태다.

▽그래도 구관이 명관(?)=이상수(李相洙) 의원의 보좌관으로 이 의원이 구속된 뒤 지역구를 물려받아 당선된 열린우리당 이화영(李華泳) 당선자는 “오랫동안 보좌관을 해 본 입장에서 전문가가 보좌관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며 “그보다는 충성도와 성실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낙선자 선거캠프에서 경험이 풍부한 보좌관을 채용했다.

스포츠학 박사 출신인 열린우리당 안민석(安敏錫) 당선자도 “박사의 허구성에 대해 알기 때문에 박사 출신을 영입할 계획은 없다”며 “다만 스포츠외교 분야를 도와줄 영어, 프랑스어 능통자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노동당의 경우 80∼100명의 보좌관을 당에서 일괄 공채하고 있는데 8일 접수 마감 결과 500여명이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원자 중에는 국내외 박사학위 소지자 또는 해외 유학 중인 박사급 인력 20∼30명, 회계사 노무사 약사 등 전문직 종사자 10여명이 포함돼 있다. 각 분야 시민단체에서 활동한 사람도 20∼30명 지원했다.

당 관계자는 “석사학위 이상 지원자가 너무 많아 고학력 실업의 심각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훈기자 dreamland@donga.com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