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의원 “당직 떠나 당원-지지자들과 함께 정당혁명 이루겠다”

  • 입력 2004년 5월 1일 21시 14분


열린우리당 유시민(柳時敏·사진)의원이 지도부에 대한 강한 불신과 함께 당의 미래에 대한 깊은 불안감을 나타냈다. 아울러 유 의원은 중앙당 지도부가 아닌 다수의 당원 및 지지자들과 힘을 합쳐 정당혁명의 꿈을 이루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유 의원은 1일 자신의 홈페이지(http://www.usimin.net/)에 쓴 ‘열린우리당 중앙당을 떠나며’란 글을 통해 중앙당 활동을 통한 정치개혁, 정당혁명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열린우리당의 전자정당위원장을 맡았었던 유 의원은 “앞으로는 중앙당의 당직을 맡지 않겠다”고 선언한 뒤“지난해 11월 창당대회 무렵부터 4·15총선 때까지 무척 어울리지 않는 곳에서 별로 하고 싶지 않은 일들을 하며 반 년 세월을 견뎠다”고 술회했다.

유 의원은 큰 정당의 중앙당 활동을 ‘궁정정치’라고 비꼬며 “이런 저런 인맥을 통해 이루어지는 비공개적 정보유통과 치열한 자리다툼, 밖으로 내건 좋은 명분에는 잘 들어맞지 않는 주고받기, 한편으로 스스로 모사(謀事)하면서 끊임없이 타인의 모사(謀事)를 의심하는 소위 중앙정치”라고 폄하한 뒤 “참 적응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유 의원은 “과반수 의석을 획득한 열린우리당의 총선 승리 이후 마음이 무겁고 우울하다”며 그 이유를 “미래에 대한 불안과 어떤 종류의 좌절감 때문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유 의원은 “미래에 대한 불안은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해 명확하고 자신 있게 대답하기 어렵다는 데서 나온다”며 3가지를 자문했다.

첫째 “열린우리당은 정말 당원이 주인인 정당인가?” 둘째 “만약 아직은 아니라면, 그렇다면 예견할 수 있는 미래에 확실히 그런 정당이 될 수 있는가?” 셋째 “열린우리당은 노무현 대통령 퇴임 이후의 대한민국도 책임질 수 있는 정당인가?”

유 의원은 “텔레비전 토론에 나가서는 큰 소리를 쳤지만, 조용한 골방에서 가슴에 손을 얹고 자문해 보면 자신 있는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며 “‘권력을 국민에게, 당권을 당원에게’ 돌려주는 정치개혁 정당혁명의 꿈을 열린우리당을 통해 이룰 수 있다고, 분명하게 확신이 묻어나게 외칠 수가 없기 때문에 우울하다”고 고백했다.

유 의원은 중앙당 지도부를 통한 정당개혁에 대한 믿음을 접었다며 “앞으로는 당원과 지지자들과 함께 아직 이루지 못한 정당혁명의 꿈을 밀고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유 의원은 “어떤 국회의원도 소외당하지 않는 교섭단체, 원하는 국회의원이라면 누구나 발언할 수 있고, 소수 의견도 당당한 시민권을 인정받는 풍토를 만들겠다”며“열린우리당이 진보적 개혁적 노선을 견지하게끔 노력하고 최고 의결기관인 중앙위원회가 정당혁명의 주체가 되도록 힘 있게 세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유 의원은 “인터넷에 자주 글을 쓰고 채팅기회를 만드는 등의 온라인 활동을 통해 열린우리당 지도부와 당원, 지지자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데 앞장서겠다”고 네티즌들에게 약속했다.

마지막으로 유 의원은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정당혁명의 꿈을 열린우리당을 통해 실현하겠다”며 “잠깐 그림이 흐려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열린우리당을 떠나지는 말아 달라"고 부탁한 뒤 “스스로 이루지 않으면 누구도 주인노릇을 할 수 없다. 기왕이면 국정을 책임지는 열린우리당에서 저와 함께 그 꿈을 이루어 가자”며 글을 맺었다.

박해식 동아닷컴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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