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역학구도 관심…‘삼두마차’ 차기경쟁 꿈틀

  • 입력 2004년 4월 22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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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의 총선 승리를 계기로 차기를 꿈꾸는 유력 대선후보군의 관리문제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새로운 과제로 대두됐다. 이들을 발전적 경쟁시스템 속에 묶어 둘 수 있다면 당정 체제의 안정에 큰 힘이 되겠지만 관리에 실패할 경우 당 분란의 불씨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당내 대선후보군으로 부상한 인물은 정동영(鄭東泳) 의장과 김근태(金槿泰) 원내대표, 김혁규(金爀珪) 대통령경제특보 등 3인이다. 이들은 15일(정 의장) 16일(김 특보) 19일(김 대표)에 잇달아 노 대통령과 단독회동을 가졌다.

이들은 지역과 이념, 스타일에 있어서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정 의장이 호남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대중적 지지도에서 앞서가고 있고, 김 대표는 개혁세력의 적자(嫡子)라는 점에서 당내 지지세가 강하다. 김 특보는 영남을 기반으로 행정 경험까지 지니고 있는 점이 강점이다.

정 의장은 총선 기간 내내 노 대통령과 끊임없이 교감했다. 하루에 한 차례 이상 전화통화를 하고, 총선 전략을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장의 ‘노인 폄훼 발언’ 파문 때 영남 총선 후보들이 정 의장의 사퇴를 주장하고 나서자 노 대통령이 측근들을 통해 적극 진화작업에 나선 일도 있다. 초미의 관심사는 노 대통령의 정 의장 총리 기용 여부. 여권의 한 핵심인사는 “지난해 12월경 노 대통령을 만났더니 정 의장의 총리 기용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더라”고 전했다. 하지만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대권후보군을 총리에 기용할 경우 ‘권력중심축의 혼선’이 빚어질 수 있는 데다 정 의장 스스로도 입장정리를 하지 못한 상태다.

김 대표에게는 최근 청와대로부터 입각제안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총선 직후 당에 있는 노 대통령의 핵심측근이 김 대표를 찾아가 “통일분야를 맡아 달라”고 권유했다는 후문이다. 19일 청와대 회동에서 노 대통령의 의중이 직접적으로 전달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그 자리에서 두 사람은 국내외 정세와 통일·외교·국방 분야에 걸쳐 마음을 열고 많은 얘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 대표는 입각보다는 원내대표에 더 마음을 두고 있다.

김 특보에 대한 노 대통령의 관심과 애정 역시 각별하다. 총선 기간 중 노 대통령이 김 특보를 청와대로 불렀으나 김 특보가 “부산 판세가 악화돼 상경하기 어렵다”고 말하자 회동 일정을 16일로 연기했을 정도다. 노 대통령은 경남지사 시절 김 특보의 업무능력과 아이디어를 주의 깊게 관찰했고, 지사직을 던지고 당에 참여해 준 점을 고마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아직 17대 대선까지는 3년6개월여라는 긴 시간이 남아있어 이들 외에 새로운 후보군의 부상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청와대의 한 핵심관계자는 “노 대통령은 차기 후보들에 대해 ‘공평 관리’라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지만 총선 종료는 또 다른 레이스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여권 대선 유력주자 3인 비교

정동영김근태김혁규
연령51세57세65세
출신지전북 순창경기 부천경남 합천
학력전주고, 서울대 국사학과경기고, 서울대 경제학과동성고, 부산대 행정학과
강점젊고 대중적 지지기반을 갖췄음원칙주의자, 개혁파의 지지를 받고 있음행정 경험을 갖췄고, 포용력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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