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2일 이헌재(李憲宰)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경제장관 간담회를 갖고 올해 상반기 중에 법률 48건, 시행령 23건을 제정 또는 개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정부가 제정 또는 개정을 추진하기로 밝힌 법률 중 상당수는 기업과 노동계 등 이해집단 사이에 이견이 심해 국회 심의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경제 입법 서두르는 정부=정부가 22일 발표한 법령추진계획에는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온 경제정책이나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던 법안들이 총망라돼 있다.
재정경제부는 19일 총선이 끝난 뒤 처음으로 가진 열린우리당과의 당정회의에서 경제성장과 민생안정을 위한 법안 통과를 위한 협조를 요청했고, 열린우리당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때문에 정부는 이날 제시한 법안들의 국회통과를 낙관하고 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서로 상반된 입장을 취하고 있는 법안도 다수 포함돼 있어 17대 국회가 상생(相生)이 아닌 상쟁(相爭)이 될 가능성도 높다는 분석이다.
▽입법과정에 예상되는 반발=보건복지부가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국민연금의 부실화를 막기 위해 ‘보험료를 더 내고 연금을 덜 받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소득의 60%에 해당하는 연금 수급액을 올해부터 55%, 2008년부터는 50%로 축소하는 한편, 소득의 9% 수준인 보험료율은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15.9%까지 높인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노동계와 재계는 근로자의 임금이 줄어들게 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나라당도 “근본적인 개혁이 아니다”며 반대하고 있다.
노동부가 작년 하반기에 입법을 추진하다 노동계의 반발에 부딪혀 보류했던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공무원노조법)’도 논란 대상이다.
공무원노조법은 노동3권 중 단체교섭권을 인정하는 대신 단체교섭권의 핵심인 임금교섭권은 부여하지 않고 있다. 또 단체행동권(파업 등의 단체행동과 정치활동 권리)도 전면 금지하고 있어 노동계가 반발하고 있다.
전국공무원노조는 “현 상태의 공무원 노조법안이 국회 상임위에 상정되는 순간부터 연가투쟁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싸우겠다”고 밝히고 있다.
재계는 노동부가 제정하려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 대해서 기업의 부담이 너무 커진다며 반대하고 있다.
이 밖에 △학교용지확보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 △기금관리기본법 개정안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개정안 등도 논란의 소지가 많은 법안들이다.
▽거대 여당의 첫 시험대 될 듯=야당인 한나라당이 반대하고 있는 법안도 여럿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17대 국회가 열리자마자 여야가 경제정책을 둘러싸고 대립할지가 관심사다.
한나라당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담길 계좌추적권 △기금관리기본법 개정안을 통한 연기금의 주식투자 전면 허용 △국민연금법 등에 대해 반대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한나라당 이한구(李漢久) 의원은 “한나라당은 기본적으로 기업 활동을 저해하는 모든 법안에 반대하고 있다”며 “한나라당은 이 같은 원칙에 따라 법안 심의과정에서 분명한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노동계의 이해를 대변하는 민주노동당이 17대 국회에서 제3당으로 부상해 노동관련 법안의 제정·개정을 둘러싼 공방 여부도 관심을 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논란이 예상되는 주요 법안 | |||
담당부처 | 제정 또는 개정 추진 법안 | 주요 내용 | 쟁점 |
교육인적자원부 | 제주 국제자유도시 및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교육기관 설립·운영에 관한 특별법 | 국제자유도시인 제주도와 인천 등 경제자유구역에 외국교육기관 설립 허용 | 교육평등권을 무시한 경제논리라며 전교조, 교총 등 반발 |
학교용지확보에 관한 특례법 | 일정 가구수 이상의 공동주택을 분양할 때 주민들의 학교용지부담금 납부 의무화 | 건설업체가 학교용지부담금을 걷어서 내도록 해 건설업계 반발 | |
보건복지부 | 국민연금법 | 국민연금 수령액을 낮추고 보험료를 인상 | |
노동계와 시민단체, 근로자 등 세원이 드러난 사람들의 부담만 높아진다며 반발. 한나라당도 반대 | |||
노동부 |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 | 공무원의 노조를 허용해 노동3권 중 단체교섭권을 인정 | 파업 등의 단체행동과 정치활동 권리는 전면 금지하고 있고, 단체교섭권의 핵심인 임금교섭의 효력도 인정하지 않고 있어 노동계 반발 |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 기업들이 퇴직금을 제대로 적립하지 않아 퇴직근로자들이 피해를 보는 것을 막기 위해 퇴직연금 제도 도입 | 재계, 기업 부담만 가중시킨다며 반대 | |
기획예산처 | 기금관리기본법 | 연기금의 주식투자 전면허용 | 한나라당, 연기금의 부실화를 초래할 것이라며 반대 |
공정거래위원회 |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 부당내부거래 등의 혐의가 있는 기업을 조사할 때 금융거래정보를 요구할 수 있는 계좌추적권 부활 | 한나라당과 재계, 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며 반대 |
재정경제부 |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 일정금액 이상의 돈을 은행 등에서 거래할 때 금융정보분석원(FIU)에 통보하는 고액현금거래 보고제도 신설 | 금융계, 고객자금 유출을 우려해 반대 |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령 | 부동산 투기 혐의자에 대해 금융거래 명세를 본점에서 일괄조회 | 사생활 침해 논란 | |
농림부 | 농업협동조합법 | 농협의 신용사업부문(은행 업무)과 경제사업(각종 농촌지도 사업) 부문의 분리시기 명문화 | 농민단체들은 농협이 신용사업에 치중하느라 경제사업을 소홀히 하고 있다고 보고 3년 안에 분리할 것을 주장. 반면 농협중앙회는 분리 반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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