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17代총선이 보수진영 主流 바꿔놨다”

  • 입력 2004년 4월 21일 18시 55분


“이번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승리한 것은 한국 보수진영의 핵심 주류세력이 바뀌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민주노동당의 최고 정세분석가로 인정받고 있는 노회찬(魯會燦) 사무총장은 20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열린우리당을 온건보수 정당으로 규정하면서 “열린우리당은 앞으로 정책 등에서 개혁적 면모보다는 현실을 싸안으면서 우경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 총장은 이날 “문성근 명계남씨의 분당론 발언은 이 같은 우경화에 대한 경고 내지는 반발이다”고 해석했다.

노 총장은 또 “60년대 공화당 이래 영남을 기반으로 한 강경보수 정당이 제1당을 놓친 것은 처음”이라며 “이는 일시적 현상이 아닌 거대한 시대적 흐름이다”고 말했다.

그는 “한나라당은 영남 지역주의를 빼면 열린우리당과 차별성이 거의 없으며, 영남 지역주의로는 대선 승리 가능성이 없으므로 당분간 국회에서만 일정한 세력을 유지하다가 거의 소멸하지 않겠느냐”며 “수구 보수는 점점 작아지고 진보진영이 커지는 추세가 향후 10년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결국 한국의 정치 지형이 단일 보수정당과 민노당의 보수-진보 양당체제로 재편돼 개혁 주도권을 놓고 다투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주당과 자민련에 대해서는 “영 희망이 없어 곧 소멸할 것이다”고 단언했다.

그는 당 공약인 국가정보원 및 기무사령부 해체에 대해서는 “정보기관 자체의 불필요성을 얘기한 게 아니라 국내 정치에 대한 간여를 없애자는 것이다”며 완화된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국가보안법 폐지 입장은 고수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사회주의적 이상과 원칙을 계승 발전시켜 해방공동체를 구현할 것’ ‘한국정치는 민주공화국이라는 이름을 내걸었으나 억압과 착취를 뼈대로 하고 미국에 종속되어 반민족적 행태를 일삼고 있다’는 등의 몇몇 강령 문구가 지나치게 과격한 표현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합당한 이유가 있으면 개정을 검토할 수 있으나 표를 의식해 바꾸는 일은 없고 당분간 그대로 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노당은 자본주의의 모순을 극복한 사회주의를 표방하고 있으나 북한의 우리식 사회주의나 구 소련의 국가사회주의, 유럽 사민주의를 모델로 하고 있지는 않다”며 “헌법에 자본주의만 하라는 말이 어디에 있느냐”고 반문했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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