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전격訪中]北核-경제난 타개 中에 ‘SOS’

  • 입력 2004년 4월 19일 01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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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은 지난해 10월 우방궈(吳邦國)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부터 예고돼 온 일이었다.

당시 김 위원장을 만난 우 상임위원장은 북핵 6자회담의 지속을 강조하면서 ‘적절한 시기’에 베이징(北京)을 방문해 달라는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초청 의사를 전달했고, 김 위원장은 이를 수락했다. 이후 특히 일본 언론들은 김 위원장의 방중 시기가 5월 중순∼6월 초가 될 것이라고 분석해 왔다.

일본 언론들의 전망에 비춰 보면 김 위원장의 19일 방중은 전격적인 셈이다.

그러나 북한 내부 상황을 들여다보면 고(故) 김일성(金日成) 주석의 생일(4월 15일)행사까지 마침으로써 사실상 상반기 중 국내 주요 일정을 모두 마무리한 김 위원장이 핵심 현안인 핵 문제와 경제난을 직접 매듭짓기 위해 베이징행을 서둘렀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격 방중 안팎=일본의 아사히신문은 17일 중국 소식통들의 말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5월 중순 이전’ 베이징을 방문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교도통신은 이날 김 위원장의 방문 시기가 다음달 5일 전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18일 저녁까지만 해도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이 없다”고 하던 베이징 주재 한국대사관 관계자들과 외교통상부 본부 간부들도 이날 밤 KBS TV가 “김 위원장이 특별열차편으로 평양을 출발해 베이징을 향하고 있다”고 보도하자 그제서야 베이징 주재 한국 특파원들에게 사실을 확인해 주기 시작했다.

▽무슨 얘기 오가나=김 위원장의 방중 목적은 일단 후 주석 체제 출범 후 양국간의 전통적 우호관계를 재확인하고 경제협력을 다짐받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2002년 11월 제4세대로 불리는 후 주석 체제 출범 이후 북-중 관계 이상기류설이 끊임없이 나돌았지만 김 위원장과 후 주석이 직접 대화를 나눈 적은 없었다.

그리고 식량 및 에너지 지원이 거의 끊긴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북한의 ‘제한적 경제개방’ 프로그램을 유지해 나가기 위해서는 중국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하지만 가장 초미의 관심은 역시 후 주석과 김 위원장이 나눌 북한 핵문제 해법. 6자회담의 중재국 역할을 자임해 온 중국으로서는 김 위원장의 ‘진의’를 짚어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은 그동안 미국을 향해 ‘고압적이기만 하고 문제 해결 의지가 없다’고 비난해 왔지만 교착상태에 빠진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역시 김 위원장을 직접 설득하는 방법 외엔 없다. 딕 체니 미국 부통령도 최근 한국과 중국 방문에서 “북한이 소걸음 전략으로 핵무기를 개발할 시간만 벌고 있다”며 “중국과 한국이 재촉을 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상황은 김 위원장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물론 중국을 통해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생각을 직접 확인해 볼 필요성을 절감했을 것이라고 북한 전문가들은 해석했다.

19, 20일 이틀간의 방중 일정에 2001년 1월과 같이 상하이 경제특구 현장 방문 계획이 잡혀 있지 않은 것도 ‘핵 문제 해결이 없는 한 경제난 타결도 어렵다’는 김 위원장의 최근 인식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김 위원장은 남북정상회담 7개월 뒤인 2001년 1월 상하이 푸둥 지구를 방문해 “천지가 개벽됐다”고 놀라움을 표시했고 이후 북한의 경제개혁에 박차를 가했다.

김 위원장은 2000년 5월에 베이징, 2001년 1월에 상하이(上海)와 베이징을 각각 방문한 바 있다.

교도통신은 또 중국이 북한의 경제개혁을 궤도에 올리기 위해 김 위원장에게 식량지원 이외에 대북투자 등 구조적인 지원책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베이징 주재 한국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중국측에 김 위원장의 방문 여부를 확인 중이지만 아직 아무런 구체적인 움직임이 없다”며 “하지만 김 위원장의 방중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 정부는 2002년 체포된 양빈(楊斌) 전 신의주특구 행정장관이 당시 조성하던 선양(瀋陽)의 대규모 화훼단지 허란춘(荷蘭村)에 대한 규제를 해제한 것으로 알려져 김 위원장의 방중을 앞두고 취한 조치가 아닌가 하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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