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총선]둘만 모이면 “총선내기 한판”

  • 입력 2004년 4월 14일 18시 35분


4·15총선 투표일이 임박하면서 직장과 가정에서 선거 결과를 맞히는 ‘내기 바람’이 불고 있다.

대기업 연구소에 근무하는 홍모씨(36)는 같은 직장에 근무하는 동료 10여명과 함께 각 정당의 의석수를 가장 근접하게 맞히는 내기를 했다. 1인당 1만원씩 걸고 개표 결과와 예상한 각 정당 의석 수의 오차를 더해 오차의 합계가 가장 적은 사람에게 돈을 몰아주기로 한 것.

홍씨는 보다 정확한 예측을 위해 주변의 공무원, 언론계 종사자 등 ‘정보원’들에게 자문하기도 했다.

홍씨는 “월드컵축구대회 이후 내기 문화가 재연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내기 종목도 여러 가지. 원내 제1당 맞히기뿐만 아니라 각 정당의 의석 수 예측, 접전지 승부 결과 맞히기까지 다양하다. 내기 방식도 승자에게 몰아주기와 꼴찌가 참가한 사람들에게 술을 대접하는 방법 등 가지각색.

직장인 조모씨(28)도 최근 아버지와 현금 10만원을 걸고 내기를 하기로 했다. 특정 정당의 의석 수가 100석을 넘을지를 놓고 의견이 갈렸던 것.

조씨는 “내기를 하고 나니 개표 방송이 더 흥미진진할 것 같다”면서도 “요즘 정치판이 연속극보다 더 속물적이어서 그런지 총선 의석 수도 스포츠경기 스코어와 다를 바 없다는 느낌”이라며 씁쓸해 했다.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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