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윤도현 '탄핵반대' 공개선언 논란

  • 입력 2004년 3월 24일 16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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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통령 탄핵 반대’를 공개 선언한 인기가수 윤도현에게 네티즌의 비난이 빗발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탄핵반대가 여론의 대세를 이룬 가운데, 그것도 탄핵반대 입장이 압도적으로 많은 네티즌 사이에서 윤씨의 발언이 비난을 받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기 때문.

윤씨는 지난 23일 오후 KBS 신관 스튜디오에서 '윤도현의 러브레터’ 100회 특집 기념 기자간담회를 갖던중 대통령 탄핵에 반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는 이날 한 기자가 “최근 적극적으로 탄핵반대 입장을 나타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하자 “가수가 아닌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할 일을 한 것 뿐”이라며 “1집 때부터 사회의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많이 내 왔지만 지금에야 많이들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 같다. 앞으로도 하고 싶은 말은 계속 하고 살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윤씨의 발언에 네티즌들의 반응은 예상과 달리 싸늘했다.

네티즌들은 24일 다음, 네이트닷컴, 엠파스 등 인터넷 게시판에 윤씨를 비난하는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이들의 반응은 크게 “탄핵 얘기 이젠 지겹다”와 “공인은 공인답게 처신해라”, “가수로서 본분을 지켜라”등으로 요약된다.

‘탄핵’이라는 주제 자체에 대해 거부감을 표시하는 네티즌들은 “매일 TV토론, 뉴스보도에 나오는 탄핵 소리도 지겨운데 이젠 쇼 오락프로그램에서도 탄핵 얘기라니 너무한 거 아니냐”고 말했다.

또 “여론몰이 그만 해라. 언제는 민주당 타령하더니 이제는 열린우리당 타령이냐”며 “탄핵은 잘못된 일이지만 방송을 이용해서 그렇게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공인으로서 부적절한 언행’을 문제삼는 네티즌들은 “연예인이 공영방송 기자회견에서 공개적으로 정치발언을 해도 좋은가”고 묻고, 윤씨가 일정상 4월 영국으로 건너가 40여일간 머문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모범을 보여야 할 윤씨가 선거날 해외에 나가 있으면서 저런 소릴 해도 되는가”라고 일침을 놓았다.

또 일부 네티즌들은 “도대체 본업이 가수냐, 정치인이냐? 정치를 잘하건 못하건 열린우리당이면 당선된다니까 국회의원 하려고 그러는 것 같다”며 “월드컵 덕분에 뜨더니 이번엔 탄핵반대에 편승해 인기몰이 한다”고 비난했다.

간혹 윤씨가 단기사병으로 군 복무한 사실을 들며 인신공격을 퍼붓는 글도 눈에 띄었으며 “2002년도 국회는 권위 있었나. 새삼스럽게 상 반납하면서 쇼하더니 재미들린 것 같다”고 비꼬는 네티즌들도 있었다.

이에 윤도현을 옹호하는 네티즌들은 “가수도 공인 이전에 국민이다. 정치적 견해 밝히는 게 무슨 큰 잘못이란 말이냐”며 “행여 불똥 튈까 쉬쉬하는 연예인들에 비하면 자기 생각을 당당히 밝히는 윤도현이 더 낫다”고 반박했다.

또 “누구라도 잘못한 것은 잘못한다고, 잘하는 것은 잘한다고 말할 수 있어야 사회가 발전된다”며 “더구나 윤도현의 사회적 행보는 원래부터 여느 연예인과는 달랐다. 함부로 폄훼 말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윤씨를 옹호하는 발언들은 비난 발언에 비해 숫적으로 역부족인 인상.

이런 현상은 윤씨가 지난 12일 대통령 탄핵안 가결에 반발해 2002년 국회로부터 받은 ‘대중문화&미디어대상’ 을 반납했을 때 보여준 네티즌들의 환영 일색과는 상당히 다른 것이다.

이런 변화가 ‘탄핵역풍에 대한 역풍’이 시작된 것인지 단순한 윤씨 개인에 대한 반감의 발로인지는 알 수 없지만, 최근 급등하고 있는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최현정 동아닷컴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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