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치 틀이 바뀐다]3黨 공천자 70%가 새얼굴

  • 입력 2004년 3월 23일 18시 53분


부정과 부패, 정쟁으로 얼룩진 정치권에 대한 불신감으로 정치신인들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짐에 따라 17대 총선에선 그 어느 때보다 신인들이 국회에 대거 진출할 전망이다.

본보와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소장 박찬욱 교수)가 20일을 기준으로 주요 정당의 총선 공천 확정자들을 분석한 결과, 전체 299석 중 50%를 웃도는 150명 이상이 의정활동 경험이 없는 정치 신인들로 구성될 것으로 분석됐다.

이날까지 공천확정자를 보면 한나라당은 208명의 공천자 중 60.6%인 126명, 민주당은 168명의 공천자 중 72.6%인 122명, 열린우리당은 221명의 공천자 중 77.4%인 171명이 정치신인으로 분류됐다. 3당을 평균한 정치신인 공천 비율은 70.2%이었다.

13대 총선부터 16대 총선까지 당선자 중 신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공천자 중 신인이 차지하는 비율보다 20%포인트 정도 떨어졌다.

이 같은 흐름을 감안할 때 17대 총선 후보자 중 당선자는 전체 의원 수 299명의 50%를 다소 넘는 150여명에 이를 것으로 한국정치연구소는 내다봤다.

이와 관련해 서울 송파갑에 출마하는 민주당 공보길(孔甫吉·명지대 교수) 후보는 “유권자들이 기성정치권에 대한 불신을 신인에 대한 기대로 표출하고 있다. 지역에서 나름대로 기반과 신뢰를 닦아온 신인에 대한 선호도가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시각과 문제 해결 능력을 가진 신인을 원한다는 얘기였다.

올해 공천된 신인들의 평균연령은 48.1세로 13대 총선 이래 가장 낮다. 13대 총선에서 공천된 신인들은 평균 50.0세, 14대 52.2세, 15대 50.8세, 16대 52.3세였다.

이처럼 세대교체형 신인이 각광받는 이유는 무엇보다 2002년 대선에서 당시 노무현(盧武鉉) 후보가 일으킨 세대교체 돌풍이 열린우리당 정동영(51) 의장을 비롯한 40, 50대 리더들의 전면부상으로 이어졌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또 지난해부터 불거진 불법 정치자금 비리와 이로 인해 심화된 기성정치권에 대한 불신도 한몫 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업별로는 17대 총선에서는 16대 총선에 비해 정당인 기업인 언론인 비율이 줄어든 반면 공무원 법조계 학계 출신 비율이 늘었다. 역시 정경유착에 대한 불신 등이 상대적으로 기성정치권과 거리를 두고 있는 직업군에 대한 선호도를 높인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정치신인의 증가가 반드시 정치의 질적 향상과 비례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초선이 많을수록 의원활동의 연속성은 저하되고 입법과정에서 전문성과 경험 부족에 따른 부작용이 우려된다. 그럼에도 정치부패에 덜 노출된 신인들이 정치권의 변화를 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미국 하원의원 선거에서도 1960년 이래 초선의원 비율이 통상 10%를 밑돌았지만, 1974년 하원선거에서는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워터게이트 스캔들의 영향으로 92명의 초선 하원의원이 당선돼 21.15%를 차지했다. 워터게이트 세대(Watergate Babies)로 불리는 이들 정치신인들은 기존 관행과 전통에 도전하며 미국 정치의 변화와 개혁을 주도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대표집필=이준한 인천대 교수, 정리=박성원 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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