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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3월 4일 19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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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노 대통령의 젊은 측근들이 잇따라 비리 혐의에 연루되자 정치권 안팎에서는 혀를 차며 개탄하고 있다. 4일에도 열린우리당 총선 후보(강원 철원-화천-양구-인제)인 정만호(鄭萬昊) 전 대통령의전비서관이 자신의 선거운동원에게 2000만원을 건넨 혐의로 긴급 체포됐다.
특히 이들은 말로는 정치 개혁의 전위를 자임하면서도 구시대의 잔재를 털어내지 못하고 오히려 한 술 더 뜨기도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 전 비서관은 2000만원 제공과 관련해 “선거운동원인 송모씨(56)에게 돈을 건넨 적은 있으나 합법적인 용도에 사용토록 했다”고 검찰 조사에서 주장했다. 하지만 2일 열린우리당 남궁석(南宮晳) 의원은 자신의 부인이 지역구(경기 용인갑) 내 일부 단체들에 30만원을 돌린 것에 책임을 지고 17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해 대조적이었다.
롯데그룹에서 3억원의 불법자금을 받아 일부를 유용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기각된 여택수(呂澤壽) 전 대통령제1부속실 행정관에 대해서도 말이 많다. 그는 지난해 8월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쇼핑 26층 롯데그룹 회장 응접실에서 신동인(辛東仁) 롯데쇼핑 사장으로부터 대형 여행용 가방에 든 현금 3억원을 직접 수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중진 의원들도 거액의 정치자금을 받을 때는 주로 호텔 객실을 이용했다는데 여 행정관이 회장 응접실에서 버젓이 돈을 받았다니 정말 놀랄 일”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안희정(安熙正·구속)씨의 불법자금 총 수수액은 지금까지 48억여원에 이른다. 안씨는 “반성할 것은 반성하겠다”면서도 지난달 19일 공판에서 대선 후 부산지역 기업인으로부터 받은 2억원에 대해 “향토장학금 정도로 생각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열린우리당 후보로 강원 태백-정선-영월-평창에서 경선을 준비 중인 이광재(李光宰) 전 대통령국정상황실장은 문병욱(文炳旭·구속) 썬앤문그룹 회장으로부터 1억원, 김성래(金成來) 전 썬앤문그룹 부회장으로부터 500만원을 각각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1원도 안 받았다”며 딱 잡아떼다가 지난해 12월 일부 기자들에게 e메일을 보내 “용기가 부족했다”며 뒤늦게 수수 사실을 시인했다. 이만섭(李萬燮·민주당) 전 국회의장은 “노 대통령이 이런 참모들과 일하다 보니 중앙선관위의 선거법 위반 결정에 딴소리를 내며 용기 있게 반성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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