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제발 좀…”…盧선거법위반 여부 놓고 고민

  • 입력 2004년 2월 25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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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24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특별회견에서 노골적으로 열린우리당을 지지하는 발언을 한 것을 놓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머리를 싸매고 있다.

당장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25일 “명백한 사전선거운동”이라며 선관위에 유권해석 의뢰 및 검찰고발을 추진할 방침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선관위는 특히 지난해 말 노 대통령에게 이례적으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해 달라”는 협조요청 공문을 보낸 상황에서 다시 논란이 불거져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시 협조요청은 노 대통령의 ‘양강구도’ 발언과 ‘리멤버 1219’ 행사장에서의 ‘시민혁명’ 발언, 김두관(金斗官) 전 행정자치부 장관의 업적 칭찬 발언에 대해 “관권개입이라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경고 메시지였다.

선관위 관계자는 “이번 회견은 당시보다 더욱 직접적이고 광범위한 영향력을 갖는 상황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양강구도’ 발언은 총선 출마 청와대 비서관 출신들과의 간담회에서, ‘시민혁명’ 발언은 친노(親盧)단체 행사에서, 김 전 장관의 업적 발언은 경남도민들과 만난 자리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24일 발언은 2시간여 동안 4개 공중파 방송을 통해 생중계된 발언이었다는 점에서 그 파급효과나 영향력에서 비할 바가 아니라는 판단이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특정당 특정후보 지지를 호소했다면 사전선거운동으로 볼 수 있다. 다만 개인의 단순한 의견개진이나 의사표시라면 이를 선거법 위반이라고 보기만은 어렵다”고 일단 신중하게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관위는 고심하고 있다. 노 대통령의 발언이 ‘사조직 변질 우려’를 들어 자제를 당부하는 협조요청 공문을 보낸 바 있는 ‘국민참여 0415’ 등 친노 단체의 불법 선거운동을 자극하게 될 경우 대통령이 불법선거 운동을 부추기는 결과나 마찬가지라는 점에서다.

선관위의 다른 관계자는 “과거에는 대통령이 말을 신중히 했다. 정당소속이지만 할 말이 있으면 당에서 당원들을 통해서 하고 주례보고를 받고 당직자들을 통해서 했다”며 “관권개입이라는 의구심과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행위가 계속된다면 모처럼의 정치개혁 분위기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 같다”고 우려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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