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4년 2월 24일 16시 33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23일 언론 인터뷰에서 이례적으로 "북한이 이번엔 뭔가 양보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중국측 수석대표인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 부부장도 이날 일본에서 "북한이 핵개발을 전면 폐기할 수도 있다"며 낙관론에 불을 지폈다. 이수혁(李秀赫) 외교부 차관보는 출국 직전 회담전략인 한국식 3단계 해법을 내외신 기자들에게 공개하는 '자신감'을 보기도 했다.
한국식 3단계 해법은 북한과 한국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5개국이 단계별로 하나씩 주고받는다는 기본 틀 위에 마련됐다.
1단계는 북한이 핵 포기를 선언하고, 5개국은 북한의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다는 것이다. 엉켜버린 실타래를 '구두 약속'으로라도 풀어보자는 것이다.
2단계에는 북한이 핵을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영구 폐기할 경우 5개국이 '사실상의 보상'을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북한은 '모든 핵'에 대해 현상동결-검증-실제 폐기-검증이라는 엄격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한국 정부는 그동안 "북한이 완전 폐기를 전제로 핵 활동을 일시 동결할 경우 이를 미국이 인정해야 한다"는 논리를 전파하는데 공을 들여왔다. 미국은 "일시 동결은 무의미하다"며 북한의 무조건적 핵 폐기를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워왔다. 한국의 논리는 북한에게 주변국의 사전 보장도 없이, 무조건적인 핵 포기를 강요한다면 궁지에 몰려있는 북한이 수용하기 어렵다는 현실론을 고려한 것으로, 미국의 수용여부가 2차 회담의 최대 관심사다.
그러나 2단계 방식을 놓고 북미 양측이 회담기간 동안 입씨름으로 일관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미국은 '모든 핵'에 북한이 극구 부인하는 고농축우라늄(Highly Enriched Uranium) 방식의 핵도 포함할 것을 요구해 왔기 때문. 또 북한도 이행 단계마다 까다로운 사찰을 거쳐야 하는 방식에 쉽게 동의할 지도 미지수다. 한국측 협상실무자들이 "북한과 협상할 때 낙관론은 금물이다"고 말하는 배경이 여기에 있다.
한국 정부는 우라늄핵 문제로 회담이 결렬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한 미국과 북한의 의견을 절충한 '묘수'를 세워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첫날 기조연설 및 본 회담에선 우라늄핵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한 뒤, 폐막식에서 채택할 6개국 공동발표문에는 이 문제를 '모든 핵을 폐기한다'는 수준으로 두루뭉술하게 거론한다는 것이다.
마지막 3단계는 북한이 핵을 완전 폐기한 뒤 사후조치에 대한 것이지만, 아직까지 구체방안은 공개되지 않았다.
베이징=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