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공천 이변'으로 들썩

  • 입력 2004년 2월 23일 17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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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총선 후보 경선이 들썩이고 있다. 22일 경선에서 권오갑(權五甲) 전 과기부차관, '박정어학원' 대표인 박정(朴釘)씨 등 '올 인' 차원에서 영입한 인사들이 잇따라 탈락했기 때문이다. 정동영(鄭東泳) 의장은 "당의 공천 시스템이 작동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지만 당 내에서는 이변의 배경을 놓고 관측이 분분하다.

여러 이유 중 지역 내 인지도가 우선 꼽힌다. 당 총선기획단의 한 관계자는 "영입 인사들이 중앙 무대에서 활동한 것과 달리 '토착 후보'들은 장기간 지역을 닦아 '단기전'인 경선에서 위력을 발휘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권 전 차관과 박정씨가 각각 최성(崔星) 전 청와대 행정관과 우춘환(禹春煥) 전 경기 도의원에게 패한 것도 이런 배경이 작용했다는 것. 김성호(金成鎬·서울 강서을) 의원을 이긴 후보도 노현송(盧顯松) 전 강서구청장이었다.

다른 관계자는 이에 대해 "총선이 지지도의 '넓이'를 보는 대신 당 내 경선은 지지도의 '깊이'를 요구한다"며 "500여명의 경선 유권자를 얼마나 개별 접촉하느냐에 결과가 갈린다"고 분석했다.

이에 경선을 앞둔 15여명의 영입 후보들은 "본선 경쟁력이 중요한 것 아니냐"고 주장하고 있다. 이해성(李海成·부산 중동) 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최근 경쟁 후보의 과거 당 경력을 이유로 경선 결정을 취소해달라고 당에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선=풀뿌리 민주주의'라는 명분을 거스르는 게 부담스럽다"는 게 대세인 듯 하다. 경제평론가 김방희(金昉熙·서울 서대문을)씨는 "사지로 몰아넣고 살아오라는 게 야속하지만 '게임의 룰'이라면 충실히 따르겠다"고 말했고, 서갑원(徐甲源) 전 대통령정무비서관도 "청와대 근무 경력을 알리는 것보다는 시장 상인 자주 만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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