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통령 사돈에게 돈 몰리는 나라

  • 입력 2004년 1월 29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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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사돈이 벤처 및 부동산 투자회사를 차렸더니 두 달 만에 650억원이라는 큰돈이 몰려들었다고 한다. 노 대통령의 형인 건평씨의 처남으로 이 회사를 설립한 민경찬씨는 “투자 자금이 너무 많이 몰려 걱정”이라며 “투자자들은 내가 하면 안 될 것도 되게 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어떤 기대를 하든지 이들 투자자를 일방적으로 비난하기는 어렵다. 돈이란 높은 수익을 쫓아 몰리는 게 기본 속성이며 불법이 아닌 이상 막을 수도 없다. 아직 투명성과 합리주의와는 거리가 먼 한국의 투자 환경에서는 대통령 인척만큼 확실하고 안전한 투자처도 드물지 모른다.

따라서 이번 일이 대통령 친인척의 처신 문제로 귀결되는 것은 당연하다. 당사자인 민씨는 이번 사업의 적법 여부를 떠나 대통령 사돈으로서 일반인을 상대로 한 투자회사를 운영하는 게 적절한지 심사숙고해야 한다. 하지만 민씨는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고 말하는 등 고민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려워 실망스럽다. 물론 민씨에게도 자유롭게 기업 활동을 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그는 이번 사업을 지금이라도 포기하는 게 옳다고 본다.

상식적으로 판단할 때 대통령 사돈이 아니었다면 짧은 시간에 그만한 투자금을 모을 수 없었을 것이다. 앞으로 투자금을 운용해 나가면서 권력과의 결탁 유혹에 빠지지 않는다고 장담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전임 대통령들의 친인척 비리에서 반면교사의 교훈을 얻어야 한다. 그들도 처음부터 비리를 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번 일이 일찍 공개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대통령 친인척의 처신은 아무리 신중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것이 결국 대통령과 나라를 위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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