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核 금지선’ 허물기 어디까지…

  • 입력 2004년 1월 28일 19시 02분


북한 핵문제의 해결에 관한 6자회담이 뚜렷한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최근 국제사회에선 북한의 핵개발에 대한 우려가 잇따라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게리 세모어 연구실장은 26일 서울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이르면 1, 2년 안에 고농축우라늄(HEU) 핵개발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은 24일 “북한이 핵개발 야심을 포기하도록 설득하기 위한 올바른 방안은 외교”라며 “그러나 6자회담의 성과를 예견할 수는 없으며 아직 결론을 낼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을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외교적 노력이 테러와 대량살상무기(WMD) 확산을 방지하지 못할 경우 국제사회는 무력을 사용할 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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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부터 10일까지 북한을 방문한 지크프리트 해커 전 미 로스앨러모스 핵연구소 소장은 21일 미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북한이 5MW 원자로의 폐연료봉에서 연간 약 6kg의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그는 특히 북한측이 플루토늄 옥산살 분말과 플루토늄 200g을 보여주면서 “우리(북)의 핵억제력”이라고 말했다고 전해 관심을 끌었다.

북한의 이 같은 움직임은 북핵 문제에 관해 일반적으로 간주되어온 이른바 ‘금지선(Red Line)’을 무색케 만든 셈이다.

북한이 2002년 12월 북한이 핵시설 재가동 움직임을 나타냈을 때 한미 양국은 ‘5MW 원자로 재가동→50MW, 200MW 원자로 건설 재개→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폐연료봉 재처리’로 이어지는 핵개발의 각 단계가 모두 금지선이 될 수 있다는 태도를 취했다. 그러나 북한은 보란 듯이 이를 어겨왔다.

북한의 실제 핵개발 실태는 아직 구체적으로 확인되지는 않고 있다. 북한은 이미 제네바 기본합의가 체결(94년)되기 전에 10∼12kg의 플루토늄을 추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5MW 원자로에서 나온 8000여개의 폐연료봉을 모두 재처리할 경우 2∼5기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 17.5∼27kg을 추출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엄청난 전력이 소요되는 HEU 핵개발은 각종 첨단부품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1, 2년 안에는 당장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이 과거에 설정했던 금지선은 북한이 모두 넘어섰다”며 “굳이 금지선이라고 한다면 북한이 6자회담을 거부하거나 WMD를 수출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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