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송금 特赦추진]“DJ票 놓치면 총선 어렵다” 위기감

  • 입력 2004년 1월 18일 18시 50분


청와대가 대북 비밀송금 사건 연루자에 대한 특별사면을 검토하고 나선 데에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지지층 결집이 필요하다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는 듯하다.

청와대가 다음달 25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취임 1주년을 즈음해 대북송금 사건 관련자에 대한 특별사면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2월 초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민정수석비서관실에서 성탄절 특사가 가능한지를 한 차례 검토했다가 시기가 미뤄졌고, 이번에 다시 본격적인 검토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지난주 열린우리당쪽에서 청와대쪽에 특별사면을 검토해 달라는 요구를 제기하면서 논의가 급물살을 타게 됐다는 것. 관련자들 대부분이 형 확정의 마지막 관문인 대법원 상고심만 남겨두고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는 후문이다.

민정수석실 관계자는 “지난해 특검을 수용했을 때부터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의 업적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고, 지지층의 뜻과 배치된 결정이라는 부담이 있었다”며 “이들에 대한 2심 재판이 끝난 11월 말 그런 부담을 이제는 털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아이디어 차원에서 특사 문제가 처음 제기됐다”고 전했다.

청와대측은 이번 특사 검토에 대해 ‘총선용’이라는 비난을 감수하더라도 이를 관철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이병완(李炳浣)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총선용이라는 지적이 있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보기에 따라 다르지 않겠느냐”며 긍정적 효과가 더 클 것으로 내다봤다.

청와대측의 이 같은 자세에는 현 시점에서 김 전 대통령측과의 화해가 갖는 정치적 의미가 적지 않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무엇보다 수도권에 출마하려는 열린우리당 인사들의 경우 DJ 지지층의 표를 흡수하지 못하면 호남 출신 표 분산으로 ‘차점 낙선’ 사태가 양산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또한 민주당 분당(分黨)으로 호남지역을 중심으로 한 지지층이 대거 이탈하면서 ‘극소수파 정권’의 한계에 봉착해 국정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었던 것도 청와대측 강경자세의 배경이다.

여권 내부에서는 이번 특사가 DJ측과의 화해를 이끌어내고, 흩어져 있는 지지층을 한 곳으로 모을 촉발제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우리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골수 민주당 지지세력이나 한나라당 지지층 사이에서는 역풍이 불 수 있겠지만,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사이에서 고민하는 사람들은 영향을 받을 것이다”고 분석했다.

정무수석실 관계자도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이 요구한 특검을 수용한 이후 대북송금 사건은 오래 끌지 않고 적절한 시점에 사면을 통해 매듭지을 생각이었다”며 “DJ측에서 특별한 요구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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