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통-정통 외교관 발탁 ‘불끄기’…潘외교장관 임명 배경

  • 입력 2004년 1월 16일 23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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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신임 외교통상부 장관에 반기문(潘基文) 대통령외교보좌관을 발탁한 것은 최근 외교부 간부들의 대통령 폄훼발언 사건으로 촉발된 ‘자주외교’ 노선을 둘러싼 파문을 조기 수습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반 신임 장관은 34년 동안 외교관으로 일해 온 정통 외교관 출신이자 대표적인 ‘미국통’이다. 그런 점에서 반 신임 장관 기용은 이번 자주외교 노선 파문이 한미 동맹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는 동시에 극도로 사기가 떨어져 있는 외교부 조직에 안정감을 불어넣기 위한 다목적 카드인 셈이다.

또 반 신임 장관이 친미(親美)성향의 ‘동맹파’로 분류되고 있지만, 10여개월 동안 노 대통령의 곁에서 외교정책을 보좌해 와 노 대통령의 외교노선을 충실히 이행할 수 있을 것이란 점도 낙점의 배경이 됐다.

청와대는 15일 윤영관 장관을 경질한 뒤 후임자 물색을 서둘렀고, 하루 만인 16일 오후 5시50분경 고건(高建) 국무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인사추천위를 열어 2명의 후보자를 노 대통령에게 추천했다.

노 대통령은 오후 6시반경 반 신임 장관을 낙점했고, 청와대는 곧바로 이를 발표해 ‘외교 공백’을 피하려는 모양새를 갖췄다.

반 신임 장관은 임명 발표 직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외교부 일부 공무원의 대통령 폄훼발언 사건의 처리문제에 대해 “최근의 불미스러운 일과 관련된 직원은 인사조치하겠다. 외교부로서는 가슴 아픈 일이 될지 모르나 외교부의 발전을 위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다음은 반 신임 장관과의 일문일답 요지.

―외교부 장관에 임명된 소감은….

“방금 전에 갑자기 통보받았다. 외교부 내 일부 직원이 외교관으로서, 공직자로서 용납하기 어려운 불미스러운 행동을 해서 국민에게 상당한 심려를 끼쳐드렸다.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34년간의 외교관 생활에 있어 국가가 부여한 마지막 공직으로 알고 노 대통령의 외교철학을 잘 받들겠다.”

―한미동맹과 자주외교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

“어떤 경우에도 미국을 포함한 주요 우방과의 관계에 아무런 변화가 없을 것이고, 우호동맹 관계는 더욱 공고히 이뤄질 것이다. 자주외교라는 표현을 놓고 논란이 있는데, 신축성과 유연성 있는 실용외교를 해나가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문제가 된 외교부 직원은 인사조치 외에 징계조치도 하나.

“구체적인 것은 내용을 보고, 납득할 만한 선에서 조치하겠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개각때마다 장관후보 올라

▽반기문 신임 외교통상부 장관=차관 시절 업무에 대한 강한 집중력으로 ‘반기문 차관의 절반만 일해도 성실한 사람이 될 것’이라는 뜻의 ‘반(潘)의 반(半)’이란 말이 생겼을 정도. 시간이 아까워 취미생활도 즐기지 않는다. 김영삼 정부부터 세 정권에 걸쳐 차관 또는 차관급 자리를 지내 ‘만년 차관’으로 불렸고, 개각 때마다 장관 후보에 올랐다. 상사에 대한 충성심이 강하다는 평.

△충북 음성(60) △서울대 외교학과 △외무고시 3회 △외교부 미주국장 △대통령의전·외교안보수석 △주오스트리아 대사 △외교부 차관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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