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프리즘]신지호/개성공단 '조급증'이 망친다

입력 2003-12-23 18:30수정 2009-10-10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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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개성에 다녀왔다. 이날 한국토지공사의 현장사무소 착공식이 있었다. 아침 7시 반에 출발한 버스가 두 시간도 되지 않아 군사분계선을 통과했다. 착공식에 참석하고 개성의 성균관과 선죽교를 관광한 뒤 북측 인사들과 오찬을 마치고 서울에 돌아오니 오후 4시 반이었다. 정말 가까웠다. 개성은 평양에서 160km지만 서울에서는 60km 거리다. 공단이 조성되면 일산에서 출퇴근이 가능할 것이라는 말이 실감났다.

▼서두는 남한에 北 뻣뻣한 대응 ▼

개성공단의 이점은 이것만이 아니다. 제대로만 개발된다면 고임금으로 경쟁력을 상실한 국내 사양산업의 탈출구가 될 수도 있다. 토지공사가 북측과 합의한 개성공단 입주기업 노동자의 임금은 월 70달러 수준이다. 그리 낮은 편은 아니나 물류비가 획기적으로 절감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생산제품의 가격 경쟁력은 충분히 있다 하겠다. 그뿐 아니다. 이제까지의 위탁가공의 경험을 볼 때 북한산 제품의 불량률은 중국이나 동남아에 비해 낮다. 삼성전자의 경우 20인치 컬러TV 등 대북 위탁가공제품의 품질검사를 국내와 동일한 기준으로 하고 있다.

이처럼 개성공단은 무한 경쟁시대를 헤쳐갈 수 있는 우리의 소중한 자원이 될 수 있다. 그 핵심은 남한의 자원만으로는 달성하기 힘든 ‘남북한 연계 비교우위(Joint Comparative Advantage)’의 확보다. 북녘 땅의 노동력을 제대로만 활용할 수 있다면 우리는 외국인 노동자 문제로 골치를 썩이지 않아도 될 것이다. 더군다나 개성공단 조성은 군사적 긴장완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은 아직은 잠재적 가능성에 불과하다. 비전을 현실로 전화하기 위해서는 인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이제까지 북한과 사업해 제대로 성공한 사례가 없다는 ‘실패 징크스’는 치밀함과 신중함이 여전히 유효한 덕목임을 말해준다.

아니나 다를까. 공단의 성공적 개발을 현저히 위협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개성공단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무엇보다 분양가가 저렴해야 한다. 현재 1단계 100만평 개발에 들어갈 추정 사업비는 약 2200억원(토지사용료와 지장물 철거비용 미포함)으로 정부가 인프라 정비에 소요되는 1100억원가량을 지원한다고 할 때 평당 분양가를 15만원 전후로 맞출 수 있다. 이는 결코 저렴한 가격이 아니다. 중국의 경우 평당 분양가가 10만원을 넘는 곳을 찾아보기 어렵다. 최근 토지공사가 추진하고 있는 칭다오(靑島) 공단의 경우 조성비가 평당 2만원 수준이다. 이처럼 분양가가 낮은 이유는 중국 정부가 토지를 무상으로 임대해주고 인프라 정비도 대부분 해결해주기 때문이다.

북한도 토지임대료를 받지 않는 것이 너무나 당연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당초 제곱미터당 8달러(평당 26.4달러)의 토지임대료를 요구했다. 우리측이 무상임대를 요구하자 북측은 10월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의원들이 현장을 방문했을 때 이를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기에 이르렀다.

그랬던 북한의 태도가 이달 초 협상에서 돌변했다. 토지임대료 제곱미터당 12달러, 지장물 철거비용 500억원이라는 황당한 요구를 들고 나온 것이다. 정말이지 현장에 가서 본 개성공단 부지는 허허벌판이었다. 철거할 것이 뭐가 있다고 500억원을 부르는가.

▼‘제2 금강산사업’ 되지 않게 ▼

이렇게 사태가 꼬이게 된 원인은 우리 내부에 있다. 현대아산과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토지공사의 계획과 별도로 1만평 규모의 시범공단을 서둘러 조성하겠다고 하고 통일부가 이를 허가해 줄 것처럼 나온 것이 문제였다. 북한은 개성공단이 상당한 매력이 있어 남측에서 경쟁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호가를 높인 것이다.

남북경협과 관련해 세 가지 입장이 존재한다. ‘빨리 하자’와 ‘하지 말자’ 그리고 ‘제대로 하자’다. 햇볕정책은 ‘빨리 하자’의 오류를 범했다. 그런데 아직도 그 오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개성공단을 제2의 금강산 관광사업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제대로 개발해야만 의미가 있다. 자, 햇볕론자들이여 답해 보라. 어느 쪽이 진정 남북관계의 발전을 위한 길인가.

신지호 서강대 겸임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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