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물갈이 ‘崔心’ 탄력…한나라 중진 불출마선언

  • 입력 2003년 12월 7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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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규의원
양정규의원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대표가 내년 총선에서의 ‘공천 물갈이’를 시사한 데 이어 양정규(梁正圭) 의원 등 10여명의 중진 의원이 8일부터 이달 말까지 총선 불출마를 연쇄 선언할 예정이어서 한나라당이 때 이른 격랑에 휩싸일 조짐이다.

단식 중단 후 서울대병원에서 요양 중인 한나라당 최 대표는 7일 병상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과감한 공천 물갈이를 결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기득권을 방어하는 공천제도가 아니라 신인들에게 문호를 열어주는 방향으로 제도를 마련해 경쟁력이 없는 사람을 밀어 내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논란을 빚고 있는 ‘물갈이 폭’에 대해서만은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최 대표는 일각에서 거론되는 ‘영남의원 50% 물갈이설’에 대해 “물갈이든 공천혁명이든 무슨 수치를 정해놓고 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며, 수치를 꿰맞추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나는 구체적인 수치를 마음에 두고 있지 않다”고 일축했다.

결국 의지를 갖고 물갈이를 단행하되 ‘목표수치’를 앞세운 성과 중심의 이벤트성 물갈이는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최 대표는 이어 “우리나라도 선진국처럼 원내 과반수 정치세력이 상임위원장을 모두 맡아 국회 운영을 책임지는 등 의사결정력을 가져야 한다”며 “내년 총선에서 이를 선거공약으로 내세워 그렇게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최 대표는 “한나라당은 앞으로 과반수를 확보해 법으로 정부 개혁을 유도하는 등 기존 야당과 다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다른 당과의 차별화를 강조했다.

한편 6선의 양정규(梁正圭) 의원 등이 8일 오전 중진 모임에서 전격적으로 내년 총선에 불출마할 뜻을 밝히기로 한 데 대해서도 당내에서는 결국 최 대표와의 교감 아래 이뤄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무성하다.

이들 중진 의원은 최 대표와의 막후 조율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으나 그동안 이들이 최 대표와 자주 접촉해 왔다는 점에서 양 의원의 불출마 선언이 대대적인 인적 쇄신의 물꼬를 트기 위한 신호탄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

실제 정창화(鄭昌和) 김종하(金鍾河) 김기배(金杞培) 목요상(睦堯相) 하순봉(河舜鳳) 의원 등이 7일 저녁 모임을 갖는 등 3선 이상 중진 의원들은 그동안 총선 불출마 집단 선언 등 당 개혁문제를 집중 논의해 왔다는 후문이다. 실제 최 대표가 단식을 통해 당 장악력을 높인 것도 결국 공천 드라이브를 겨냥한 것이라는 게 당내 중론이다.

총선가도에서 향후 당무 주도권을 둘러싼 신경전도 최 대표가 조정해야 나가야 할 과제로 불거지고 있다.

이재오(李在五) 사무총장이 최근 정형근(鄭亨根) 의원을 총선기획단장으로 밀며 내년 4월 총선 때까지 비상대책위를 유지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인 데다 최 대표도 이 방안을 묵인한 것으로 알려지자 수도권 소장파 의원들이 정 의원의 ‘안기부 경력’을 문제 삼아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문수(金文洙) 외부영입추진위원장의 경우도 비대위 해체를 주장한 데다 한 핵심 당직자가 이날 기자에게 “이달 중순 발족될 총선준비위가 조직과 전략, 공천 등 3개 역할 분담체제로 갖춰질 것”이라며 이 총장 주도의 기획단 구성안을 비판하고 나서 여진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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