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하라지사 “한일합방은 조선인이 선택한 것”

  • 입력 2003년 10월 29일 18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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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71·사진) 일본 도쿄(東京)도 지사가 “한일합방은 조선인이 선택한 것”이라는 망언으로 물의를 빚고 있다.

이시하라 지사는 28일 도쿄에서 열린 납북자 관련 집회에 참석, 기조연설을 통해 1910년 한일병합과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29일 전했다.

이시하라 지사는 “그들(조선인)의 총의로 러시아 중국 일본 중 어느 나라를 택할까 하다가 근대화된 데다 같은 얼굴색인 일본인의 도움을 얻고자 한 것”이라면서 “세계 여러 나라의 합의 아래 합방이 이뤄졌다”고 역사적 사실을 왜곡했다.

그는 또 “그들(한국인들)의 감정상 화가 나고 굴욕이겠지만 굳이 따지자면 그들 선조의 책임”이라고 한국 국민을 비하하기까지 했다.

아사히신문은 이시하라 지사가 이 자리에서 “(일제의 한반도 식민통치는) 식민지주의라고 해도 좀 더 선진화된 것이었기 때문에 인간적이었다”고 덧붙였다고 전했다.

이시하라 지사는 2001년 역사왜곡 교과서를 만든 우익단체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의 후원자로 그동안 역사 관련 망언뿐 아니라 재일 한국인과 중국인에 대한 민족차별 발언으로 물의를 빚어왔다.

최근 들어 일본 사회가 빠르게 우경화되면서 정계인사들의 망언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올해만도 아소 다로(麻生太郞) 자민당 정조회장, 오쿠노 세이스케(奧野誠亮) 자민당 의원, 에토 다카미(江藤隆美) 전 총무청 장관 등이 창씨개명과 한일합병과 관련해 역사를 왜곡하는 망언을 했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

▼외교부 “잇단 망언 유감”▼

외교통상부는 29일 이시하라 신타로 일본 도쿄도 지사가 ‘한일합방의 정당성’을 주장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신봉길(申鳳吉)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일본의 책임 있는 정치인이 그릇된 역사관을 바탕으로 시대역행적 발언을 한 것은 참으로 실망스러운 일”이라며 “과거에 대한 올바른 역사인식 없이 진정한 한일 양국관계 발전이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시하라 지사는 과거에도 민족차별적이고 국수주의적인 발언으로 물의를 야기한 바 있다”며 “당시 자신의 발언이 부적절하다고 시인했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경솔한 발언을 한 것을 매우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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