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공동선언 北核 왜 빠졌나]'中國의 힘' 美國 압도

  • 입력 2003년 10월 21일 18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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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폐막한 APEC 정상회의에서는 아시아에서 50년 넘게 지속돼 온 미국의 지배력이 쇠퇴하고, 중국이 새로운 정치 경제적 지도국으로 부상하고 있음이 새삼 확인됐다고 주요 외신과 참석자들이 전했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는 달리 푸미폰 아둔야뎃 태국 국왕의 만찬에 초대돼 대대적 환영을 받은 것은 이런 분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

아시아 각국은 또 미국의 중국 위안화 평가절상 압력에 반대함으로써 미국을 고립무원의 처지에 몰아넣기도 했다.

중국의 10대 교역국(2003년 1~5월 기준)
순위국가교역규모(달러)
1일본504억
2미국464억
3유럽연합(EU)457억
4홍콩312억
5동남아국가연합(ASEAN)280억
6한국227억
7대만213억
8러시아56억
9호주49억
10캐나다38억
자료:중국 세관총서

이 같은 ‘중국의 힘’은 아시아 각국의 대(對) 중국 교역량이 이미 대미 교역량을 압도하고 있는 현실과 무관치 않다. 중국의 10대 교역국 가운데 유럽연합(EU)을 제외하면 모두 APEC 회원국이다. 동남아국가연합(ASEAN)은 5위 교역상대.

미국의 아시아 맹방인 한국과 일본은 중국 경제성장의 최대 수혜국으로 꼽힌다. 지난해 일본이 중국에서 수입한 물량은 미국에서의 수입량을 처음으로 넘었으며 대중 수출도 같은 기간 39.3% 늘었다. 한국의 최대 교역국 역시 미국에서 중국으로 바뀌었다.

다국적 리조트 체인인 싱가포르 반얀트리의 호권핑 회장은 “중국은 이웃을 돕고 조정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반면 미국은 자신의 외교 현안을 강요하고 있다는 인식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런 기류는 ASEAN 7개 회원국 대표들이 APEC 기간 중 비공식 모임을 갖고 APEC가 경제 문제를 논의하자는 본래 목적과 달리 미국의 입김에 따라 테러 문제를 논의하는 정치기구로 변질된 데 대해 불쾌감을 토로한 데서도 나타난다.

부시 대통령의 잇단 ‘돌출 발언’도 악재가 됐다. 부시 대통령은 APEC 및 아시아 순방일정을 시작하기 직전 호주를 ‘아시아의 보안관’으로 치켜세워 아시아 국가들의 반감을 샀다. 20일엔 마하티르 모하마드 말레이시아 총리의 유대인 비하 발언을 공개석상에서 “잘못됐다”고 비판해 ‘외교 무례’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다른 한편으론 ‘1972년 닉슨 대통령의 베이징 방문 이후 가장 우호적’이라는 미중 관계도 이런 분위기 조성에 기여했다는 뉴욕 타임스의 분석도 나왔다. 아시아 각국이 ‘중국 편이냐 미국 편이냐’를 강요받지 않고 중국과 거리를 좁힐 수 있다는 것.

데이비드 샴보 미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아시아가 ‘중국 중심’이 돼간다는 방향은 맞지만 미국의 주도력을 대신하기 보다는 ‘공동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보는 게 맞다”고 분석했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APEC 방콕선언 요지▼

21일 폐막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채택한 ‘미래의 동반자 관계에 관한 방콕선언’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무역·투자 자유화 촉진

△세계무역기구(WTO) 칸쿤 각료회의 성과 를 통한 협상 노력 지속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 계속

△농업 수출보조금, 수출금지 및 제한 철폐, 무역 규범 논의 지속

△다자 및 지역 양자 차원에서 상호보완적 무역자유화 추진

△부패 척결 및 투명성 제고

▽인간안보 강화

△초국가적 테러집단의 즉각적이고 완전한 해체

△대량살상무기(WMD) 및 운반수단의 확산 위협 제거

△휴대용 지대공미사일(MANPADS) 위협에 대응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관련 보건안보 이니셔티브 이행

△대(對)테러 능력 배양, 관련기구와의 협력 강화

▽세계화 혜택 향유를 위한 APEC의 기여

△APEC기구의 효율성 제고

△국제금융기구, 민간, 여타 기구와의 협력 강화

△역내국 국민과 사회의 세계경제 통합 지원

△지식기반경제 구축 노력 강화

△구조개혁 촉진, 행동계획 채택

△APEC 개혁방안 마련, 2004년 칠레 정상회의에서 진전 상황 보고

한기흥기자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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