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재신임 투표 어처구니…위헌"

  • 입력 2003년 10월 20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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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李會昌) 전 한나라당 총재는 20일 노무현 대통령이 제안한 재신임 국민투표에 대해 “대통령이 어렵다고 느닷없이 재신임이라는 정치도박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밝혔다.

이 전 총재는 이날 오후 인천공항에 도착한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재신임에 대한 보도를 듣고 솔직히 어처구니없다는 생각을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전 총재는 또 “국민투표 방식은 헌법위반”이라며 “대통령은 국민의 어려움을 푸는 데 대해 고민하고 열심히 일해야지 정치도박을 할 시기가 아니다”고 일침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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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패배 후 미국에 머물면서 국내 정치와 노 대통령에 대한 언급을 피해 왔던 이 전 총재가 이처럼 강경한 어조로 노 대통령을 비판한 것은 처음이다.

이 전 총재는 고교동기생인 최돈웅(崔燉雄·한나라당) 의원이 SK비자금 수수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고 있는 것과 관련해 ‘중상모략’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불쾌한 심정을 드러냈다.

이 전 총재는 “요즘 보도를 보니까 여러 가지 억측이 나오는데 (SK비자금 수수는) 있을 수도 없고, 그런 일도 없다”면서 “그동안 수없이 중상모략을 받았는데 진저리가 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이나 당원이 선거에서 열심히 일하면서 문제가 생기면 후보로서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하고 내가 책임을 진다”며 “검찰이 공명정대하게 수사를 하면 모든 것이 올바르게 밝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총재는 재신임 정국에 대한 한나라당의 ‘해법’도 제시했다. 그는 “한창 어려운 때인데 이런 때일수록 당이 흩어져선 안 된다”며 “대표를 중심으로 뭉쳐서 국민을 위해 문제를 풀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총재는 정계복귀와 관련해 “대선 직후 정계를 떠나면서 국민에게 말했던 그 심정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날 공항에는 홍사덕(洪思德) 원내총무, 정의화(鄭義和) 수석부총무, 임태희(任太熙) 대표비서실장, 박진(朴振) 대변인 등 주요 당직자들과 박희태(朴熺太) 전 대표, 하순봉(河舜鳳) 양정규(梁正圭) 신경식(辛卿植) 김기배(金杞培) 이원창(李元昌) 권철현(權哲賢) 의원 등을 비롯해 200여명이 마중을 나왔다.

이 전 총재는 25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 성당에서 열리는 아들 수연씨의 결혼식과 30일 부친 1주기 추모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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