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파병 전망]盧, 20일 부시 만나 파병언급 가능성

  • 입력 2003년 10월 17일 20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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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이라크 결의안이 16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만장일치로 통과함에 따라 정부가 이라크 파병을 결정하는 데 큰 부담을 덜게 됐다.

정부는 아직 파병 여부에 관해 공식적인 언급을 자제하고 있지만 파병의 명분을 확보한 만큼 한미관계를 고려해 결국 파병으로 결론을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정부 안팎에서 힘을 얻고 있다.

파병 결정과 관련된 결정적인 전환점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개막되는 태국 방콕에서 20일 열리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이 될 전망이다.

12일부터 15일까지 미국을 방문, 한미정상회담을 사전 조율한 이수혁(李秀赫) 외교통상부 차관보는 16일 브리핑에서 “이번 한미정상회담이 끝나면 우리들도 일하기 좋은 (한미)관계가 구축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이번 정상회담은 많은 것을 공감하는 절호의 기회”라고 말했다.

미국의 최대 관심사가 이라크 파병 문제임을 고려해볼 때 이 차관보의 언급은 정부가 미국에 ‘좋은 소식’을 전달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노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원칙적인 파병 방침을 통보하거나, 미국의 입장을 상세히 들은 뒤 이를 토대로 귀국 후 정부내 협의를 거쳐 조만간 파병을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에 파병을 반대하는 여론이 만만치 않고, 청와대 내에서도 파병 반대론자들이 적지 않지만 현실적으로 볼 때 한국이 미국의 파병 요청을 뿌리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정부가 파병을 결정하더라도 전략적 관점에서 발표 내용과 시기를 저울질할 것이라는 신중론도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유엔 결의안 통과가 파병 반대론을 분명히 누그러뜨릴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이것이 파병 여부를 조기에 결정하는 방향으로 연결될지는 좀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파병은 노 대통령의 재신임 문제에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에 노 대통령이 정치적 결단을 내리기 위해선 좀 더 정국의 추이를 살필 필요가 있다는 점도 신중론의 배경이다.

노 대통령은 파병문제를 두고 보이지 않게 의견 수렴을 계속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은 최근 합참의장과 각군 참모총장을 관저로 불러 파병문제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또 16일에는 원로 경제인과의 간담회를, 17일에는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만나 파병문제에 대한 얘기를 나누는 등 내부적 의견수렴 절차를 대체로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방부는 당초 이달 중순경 파병 결정을 예상하고 추진해 온 파병 부대 선정과 훈련방법 등 전반적인 파병 준비 과정에 대한 세부 검토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파병 부대의 후보로 특전사와 특공여단을 놓고 저울질을 하는 한편 건설 의료지원단을 대폭 포함시켜 3000∼4000여명의 병력을 꾸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파병 결정이 조만간 내려진다고 해도 부대 선발과 현지 적응훈련 등을 위한 소요 기간을 감안하면 연내 파병은 불가능하며 빨라도 내년 2월은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대표는 “노 대통령이 파병문제를 최종 결정해서 국회에 파병동의안을 요청해오고 통합신당이 입장을 제시하면 한나라당의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

▼이라크 파병 일지▼

3월20일=미국, 이라크 공습시작

3월26일=국가인권위, 이라크 전쟁 반대성명 발표. 이후 시민사회단체의 파병반대 시위 격화 및 파병찬성 의원에 대한 낙선운동 실시 주장.

4월 2일=국회, 이라크전 파병동의안 가결.

4월 15일=부시 미국 대통령, 승전 선언

4월20일=공병 서희부대 및 의료 제마부대 1진 이라크 출발.

9월 9일=국방부, 미국이 이라크에 전투병을 비공식 요청했다고 첫 공개

9월29일=정부, 1차조사단 이라크 현장방문 후 귀국. “(파병 예상지역인)모술은 위험하지 않다”고 발표.

10월16일=유엔 안보리, 이라크 결의안 만장일치로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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